[시론] 북한 인공위성용 아닌 ICBM 시험 우려한다
북한이 지난 14일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음달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서해발사장(동창리)에서 위성발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8·25 합의’ 이후 조성된 남북 간 해빙 무드가 다시 얼어붙지 않을까 우려된다.

평화적 목적의 위성발사체 발사를 빙자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도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북한정보 전문 사이트 ‘38 노스(North)’는 이달 초 게시한 기사에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촬영된 위성영상을 보면 새로운 로켓 연료 및 산화제 저장 시설을 10월 완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로켓 발사대의 높이도 기존 50m 수준에서 67m 수준으로 증축했다. 대형 액체엔진을 시험할 수 있는 수직엔진시험대도 완공했다. 액체엔진의 연소시험을 최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는 장거리 로켓의 발사는 추진제 저장시설의 완공 및 로켓엔진의 신뢰성 증진시험 등과 관련해 기술적으로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장거리 로켓의 신뢰성 검증 없이도 무리하게 발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북한이 새로 발사하고자 하는 장거리 로켓은 2012년 12월 발사한 ‘은하 3호’ 로켓을 개량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1~3회 정도 성공적인 비행 뒤에 첫 번째 우주발사체는 폐기한다. 최소비용으로 우주비행기술을 검증한 뒤에 실제 위성 임무운용을 위해 보다 정교하고 성능이 좋은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또 북한은 새로운 로켓의 비행검증을 통해 대륙 간 탄도탄의 미사일 기술 및 성능을 검증하고자 할 것이다.

이번에는 은하 3호 로켓을 개조해 어떤 임무의 위성을 발사할지, 어떤 수준의 로켓 개량을 시도할지 의문이다. 은하 3호 로켓보다 대형이고 고성능인 발사체를 개발했다면 탑재중량과 성능이 좋아진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기상예보 등을 위한 지구관측위성 발사를 가장할 것이다. 정찰위성을 북한 기술로 개발한다면 얼마나 성능을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정찰위성은 광학시스템, 전장품 등에서 고성능 및 고신뢰성의 부품이 요구되는데 북한 기술로 자체 개발하기는 어렵다. 결국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위성활용보다는 미사일 기술 개발과 비행시험을 통한 엔진의 성능 검증이 주목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초기에 은하 로켓을 대륙 간 탄도탄으로 간주해 명칭을 ‘대포동 2호’라 명명했다. 하지만 은하 로켓은 명백하게 군사적 용도로 최적화되지 않았으며 크기가 너무 크고 정교하지도 않다. 큰 중량의 탄두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상단의 추력이 더 커야 한다. 은하 3호를 대륙 간 탄도탄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험을 수행해 소형이면서도 정교한 시스템을 구현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대륙 간 탄도탄 능력을 보이기 위해 미봉책으로 제한된 수량의 이들 은하 로켓시스템을 계속 발사할 수도 있다. 또 은하 로켓을 미사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대기권에 재돌입하는 시험이 요구되나 북한이 이런 시험을 수행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북한은 고성능의 엔진 없이는 은하 로켓보다 소형이고 정교한 대륙 간 탄도탄을 개발할 가능성이 낮다. 가능성 중 하나는 KN-08 로켓처럼 ‘스커드’나 ‘노동’ 엔진을 묶어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번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하면 앞으로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진화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기계공학 ykchang@ka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