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400점 만점에 1천490점, '가난·언어장벽' 원인

미국판 수학능력시험인 SAT(대학입학자격시험) 응시생의 평균 점수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고교생들의 학력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는 이날 2015 학년 SAT 응시자들의 평균 점수는 총점 2천400점 만점에 1천490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응시자들에 비해 총 7점이 하락한 것으로 2005년 SAT가 개편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칼리지보드는 설명했다.

섹션별로는 비평적 독해와 수학, 에세이와 문법을 포함한 쓰기 등 3개 부문에서 각각 2점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SAT 점수의 점차적인 하락과 연방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시험에서 고교성적의 정체 현상은 교육개혁이 잘 먹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초등학교 교실에서 나타난 읽기와 수학 성적의 향상이 중·고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AT 점수의 이러한 저하 현상은 적어도 수십만 명의 미 고교생들, 특히 가난한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학력을 갖추진 못한 채 고교를 떠나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SAT 점수 하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난과 언어 장벽, 부실한 가정교육, 도시 지역에 만연한 사회적 병리현상 등이 특히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WP는 진단했다.

SAT 응시자 42%의 평균 점수가 1천550점가량인데 반해 이런 수준을 획득한 히스패닉계와 흑인은 각각 23%와 16%에 그치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워싱턴D.C. 사립학교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1천800점을 웃돈 반면 이 지역 공립학교 학생들의 점수는 1천139점으로 큰 격차를 보인 것도 SAT 점수와 빈부의 상관 관계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됐다.

칼리지보드의 신디 슈마이저 수석 평가위원은 "지금까지 했던 교육방식을 반복해서는 점수 향상이 어렵다"며 "더 많은 학생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