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산업의 매각 가격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채권단이 금주 내에 매각 가격을 새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지분 0.5% 이상을 보유한 22개 채권자들로부터 적정 매각 가격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산업은행은 이를 토대로 적정 매각 가격을 산정해 27일 채권단 긴급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또 이르면 28일에는 채권단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려 가격에 대한 동의를 구할 계획이다.

앞서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박 회장으로부터 받아낼 매각 가격으로 주당 5만9천원을 책정한 바 있다.

이는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평가된 가격(주당 3만1천원)에 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사들일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으로 환산하면 1조213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박 회장은 지난 21일 채권단에 주당 3만7564원, 최소 지분으로 환산하면 6503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했다.

박 회장과 채권단의 사이에 시각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박 회장 측은 이 가격이 호반건설에서 제시했던 금액(주당 3만907원)보다 22% 높다며 적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가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격 산정을 주도해 온 미래에셋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원금 회수를 위해 1조원 이상에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박 회장 측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시장에서는 6천억원대 후반이나 7천억원대의 가격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9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금호산업의 거점인 광주 지역에선 채권단을 향해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 걸음 물러난 채권단은 각자 원하는 가격을 제출한 뒤 산업은행에서 이를 취합해 적정한 가격을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려 결정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25일까지 취합한 채권단의 의견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채권기관이 6000억원대 후반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채권단 전체회의 안건에 올라갈 매각 가격은 6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매각 가격을 결정할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산업은행은 통과 기준인 지분율 75%를 넘길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낮은 가격부터 채권단의 의견을 일렬로 세운 뒤 지분율 75%가 넘어가는 선에서 매각가격을 결정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만약 전체회의에서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내지 못하면 채권단은 다시 모여 매각가에 대한 논의를 새로 진행해야 한다.

매각 협상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6천503억원을 제시한 박 회장 측이 받아들일 만한 가격을 산정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만약 채권단이 매각 가격을 결정하더라도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를 거부하면 채권단은 이후 6개월간 같은 조건으로 제3자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여기서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부활한다.

매각 가격 선정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27일 오후 지분 0.5% 이상을 보유한 22개사를 다시 소집해 가격에 대해 재차 조율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애초 접수받은 가격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하려고 하였으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기관도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기관도 있었다"며 "원활한 합의 도출을 위해서는 이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가격 설정의 당위성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산업은행이 채권단에 매각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선정하고 나면 금주 중에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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