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강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롯데는 26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팀장은 이봉철 롯데 정책본부 지원실장(부사장)이 맡았다.
'뉴 롯데' 속도내는 신동빈
당초 신동빈 회장의 측근인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팀을 이끌 것으로 관측됐지만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상당 부분이 법무, 회계와 관련돼 그룹 내 ‘재무통’으로 손꼽히는 이 부사장이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TF팀의 실무는 그룹·계열사 재무담당 임원, 법무담당 임원 등 임직원 20여명이 담당한다. 삼일회계법인, 김앤장, 율촌 등 외부 회계·법무법인도 자문과 감리에 참여한다.

신 회장은 “TF팀 구성은 롯데그룹의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첫걸음”이라며 “겸허한 마음으로 착실히 준비해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기대를 회복해나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TF는 호텔롯데 기업공개,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경영 투명성 제고를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 호텔롯데 기업공개는 다음달 주관사를 선정한 뒤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순환출자 해소는 이달 말 시작해 오는 11월 말까지 전체 416개 중 340개(80%)의 고리를 끊는 것이 목표다. 이후 남아 있는 순환출자 고리도 순차적으로 모두 해소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게 중·장기 과제다. 또 일정 자산 규모의 비상장사에는 사외이사와 감사를 두기로 했다.

롯데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한국과 일본 롯데 간 시너지를 꾀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신 회장은 이날 인도 북부 뉴델리에 있는 초코파이 신공장 준공식 참석에 앞서 남부 첸나이 롯데제과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챙겼다. 그는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로부터 현황을 보고받은 뒤 “한·일 제과 간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두 회사를 합치면 매출 5조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이에 따라 한국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제과가 다음달 머리를 맞댄다. 두 회사는 당초 10월로 예정된 ‘마케팅 교류회’를 9월로 앞당겨 한국과 일본에서 한 차례씩 열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상품 개발, 영업, 판촉 등 다방면에 걸쳐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기존엔 일본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한국은 신 회장 등으로 구분돼 있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진출 국가, 상품군 등에서 충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다”며 “원롯데가 되면서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교류회 횟수를 종전 4회에서 6회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