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국 리스크'] "20년간 경착륙 시나리오 난무…지금까지 한번도 맞은적 없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5일(현지시간)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와 증시 폭락에 대해 “중국의 경착륙(hard landing) 공포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로치 교수는 이날 기고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쓴 ‘중국의 복잡성(complexity) 문제’라는 제목의 글에서 “과거 20년간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했으나 적중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 증시 급락과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는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고 분석했다.

로치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중국 경제가 과거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재균형’ 작업이 견고하게 진행 중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의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2%로, 제조·건설부문을 합친 42.6%를 능가한다”며 “올 상반기에도 서비스 산업활동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8.4%)이 제조·건설부문 성장률(6.1%)을 뛰어넘어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부문은 여러 측면에서 소비 중심 사회를 이루는 하부구조가 되는데, 중국은 수도·전기 등의 기본적인 유틸리티 제공과 유통소매점, 헬스케어, 급증하는 중산층의 금융에 대한 수요가 맞물려 있다는 설명이다.

로치 교수는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산업의 특성상 자본집약적인 제조업에 비해 30%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중국의 고용도 실제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3년과 2014년 일자리가 1300만개 늘어 중국 정부가 목표한 1000만개를 초과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경제의 추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중심 경제로의 신속한 전환은 과거 제조업 중심 경제의 하락 압력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중국과 연례협의를 한 결과에서도 중국의 노동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소비를 통한 경제성장 기여가 투자를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로치 교수는 중국의 문제가 역설적으로 너무 많은 개혁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중심의 개혁과 과다부채 해소, 부패 청산, 강력한 대외정책 등 강력한 중국을 실현하려는 성급함이 오히려 개혁의 발목을 잡고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아시아회장을 지낸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중국 전문가. 2001년 미국 경제를 진단하면서 경기가 잠시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진다는 ‘더블 딥(이중 침체)’ 이론을 제시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