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26일 오후 4시20분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대규모 영업손실을 회계장부에 반영해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불러온 17개 상장기업에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즉시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준 ‘빅배스(big bath)’ 의혹이 있는 만큼 새로운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다시 받으라는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회계연도 중간에 외부감사인을 바꿀 경우 회계 투명성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겨 신인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26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2년간 분기 실적에 5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급작스럽게 반영한 상장사 17곳을 추려내 이들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은 감사인들에 이달 내 감사 계약을 해지할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기존 감사계약이 해지되면 해당 기업의 신청을 받아 신규 감사인을 지정할 방침이다. 새 감사인 지정을 신청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회계감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개 기업 명단엔 최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조선 3사뿐 아니라 국내 간판급 제조업체와 건설사, 정유사 등이 들어가 있다. 재무구조가 우량한 것으로 평가받는 공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빅배스(big bath)

신임 경영진이 전 경영진 재임 기간의 누적 손실과 부실자산 등을 한꺼번에 한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반영해 잠재부실이나 손실을 털어내는 회계처리 방식. ‘목욕을 철저히 해서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