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 회계사 9명이 외부감사를 맡은 상장기업의 실적 정보를 이용해 주식 등을 사고팔아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회계감사 과정 등에서 취득한 상장사 실적 정보를 장기간에 걸쳐 공유하며 주식과 선물 등의 매매에 이용한 회계사 9명을 검찰 고발 및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8명은 삼일회계법인, 나머지 1명은 삼정KPMG 소속이다.

증선위에 따르면 한 회계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자신이 감사를 맡은 상장사의 공시 전 실적 정보를 주식과 주식 선물 거래에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같은 회사 동료 회계사 6명에게 다른 회사의 실적을 알려 달라고 해 얻은 정보도 주식 거래에 활용했다.

이번에 적발된 다른 회계사들도 자신이 맡은 회사 실적 정보를 빼돌려 불공정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거래대금은 143억1800만원으로 부당이득 규모는 총 7억63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식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강제조사권을 활용해 피조사자를 압수수색한 첫 번째 사례”라며 “자본시장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회계사 집단에서 기업의 미공시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취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인회계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오는 12월부터 회계법인 소속 임직원은 회계감사를 맡은 회사의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또 감사를 맡지 않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주식거래 내역을 소속 회계법인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달부터 12월까지 회계법인 소속 임직원의 주식투자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해 감리를 실시할 계획이다.

상장회사를 감사하는 회계법인 97곳에 대해선 다음달에 자체적으로 소속 회계사 8635명의 주식투자 현황을 점검해 금감원에 보고토록 했다. 2017년도 공인회계사 시험부터는 회계감사 과목에 직업윤리를 포함해 회계사의 윤리의식을 높이는 조치도 시행하기로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