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투자자문사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 금리 인상 등 증시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다양해졌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 고수들에게 자금을 맡기는 자산가와 기관투자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력 과시하는 '작은 몸집' 투자자문사
○자문사 계약에 38조원

위력 과시하는 '작은 몸집' 투자자문사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67개 전업 투자자문사의 투자일임·자문 계약액은 38조3000억원(6월 말 기준)으로 1년 새 69.4% 증가했다. 자문사 순이익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6월(3월 결산법인의 2015년 1분기) 순이익은 927억원으로 1~3월(333억원)보다 178.4% 급증했다. 디에스투자자문, 케이원투자자문 등은 3개월간 50억~6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위력 과시하는 '작은 몸집' 투자자문사
자문사가 ‘큰손’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탁월한 성과 때문이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이 집계한 38개 자문사의 1년 수익률(8월3일 기준)은 평균 12.0%다. ‘마이너스’ 수익을 낸 8개사를 제외한 상위 10개사만 따로 계산하면 연평균 수익률이 32.7%로 높아진다. 같은 기간 843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가 평균 2%의 손실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자문사의 ‘작은 몸집’을 높은 수익률 배경으로 꼽고 있다. 굴리는 자금 규모가 작다 보니 위기가 닥쳤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일례로 텍톤투자자문은 하락장이 시작되자마자 주식 비중을 0%로 줄이는 결단을 내려 손실을 피했다. 타임폴리오투자자문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수익률을 지켰다. 이 회사는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발표된 첫날 긴급 매니저회의를 열고 중국 관련주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1주일에 한 번 종목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대형 자산운용사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자산 매입과 매각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헤지펀드 시장에도 출사표

오는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투자자문사의 영토가 더 넓어질 전망이다. 투자자문사가 헤지펀드를 손쉽게 설립할 수 있게 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을 자기자본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하고, 설립 절차도 기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간소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투자자문사의 헤지펀드 시장 진출 시 최대 걸림돌인 ‘전문인력 3인’ 규제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헤지펀드 운용인력이 다른 펀드 운용까지 맡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마케팅 담당자도 전문인력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운용 허가를 받은 자문사는 49명 이하의 투자자가 참여하는 사모펀드를 세울 수 있다. 투자자별로 따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했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투자자들과의 계약에 명시된 전략만 활용해야 하는 일임업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유망 주식을 매입하는 동시에 고평가 주식을 공매도하는 롱쇼트전략을 쓸 수 있다. 전환사채(CB) 등 주식과 바꿀 수 있는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타임폴리오, 파레토, 프렌드, 그로쓰힐 등 10여개 자문사가 사모펀드 운용사 등록을 준비 중이다. 규제 완화를 계기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게 ‘출사표’를 던진 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모펀드 설립 규제 완화를 계기로 자산운용업계 인력들이 자문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문사는 수익률과 연동한 성과급이 두둑해 ‘실력파’ 운용인력이 대거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