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여지' 없앤 채 노사정위 복귀한 한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했다. 지난 4월8일 노동시장 구조개혁 대타협 결렬을 선언한 지 141일 만이다.

한국노총은 26일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어 노·사·정 대화를 재개키로 했다. 다만 노사정위 복귀 시기와 방법 등은 김동만 위원장(사진)에게 위임키로 해 본격적인 노·사·정 대화 재개는 이번 주말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9월 중 노동현안의 일괄 타결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는 국회 입법과 예산 마련 등을 감안하면 9월 중순, 늦어도 9월 말까지는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여전히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저(低)성과자 해고 기준 등 핵심 의제 두 가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장 조합원들의 우려가 큰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쟁과 대화를 병행해 노동계 요구를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당장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의제 설정부터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부와 한국노총의 ‘시간표’도 다르다. 정부는 9월 말 시한에 쫓기는 반면 한국노총은 “시한을 정하지 말자”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한 상태다. 한국노총은 이날 대화 복귀를 결정하면서도 추후 협상과정에서 두 가지 핵심 의제를 논의하게 되거나 그에 준하는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중집 차원이 아닌 중앙위원회나 대의원대회를 열어서라도 전 조합원의 의사를 묻기로 했다. 중집은 한국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 52명의 집행기구지만 중앙위원회는 산별 조합원 대표 150여명, 대의원대회는 750여명이 모여야 하는 의결기구다. 재가동되는 노사정위의 협상이 신속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노·사·정 대타협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여기에만 목을 매지는 않겠다”며 “타협에 진전이 없다면 정부가 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화 중에라도 정부 차원의 노동개혁은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 경우 한국노총이 또다시 대화의 판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