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천연물 신약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
국내 천연물 의약품 산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감사원이 최근 보건복지부의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촉진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천연물 신약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3092억원을 천연물 신약 개발에 투자했으나 결실이 부족할 뿐 아니라 관리 부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지원 예산 가운데 기초연구 분야 208개 연구과제에 1375억원의 개발비를 지원했으나 제품화로 이어진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존 국내 허가 천연물 신약 중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은 건수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국내 허가 신약 일부에서는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1, 2012년 3개 천연물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을 심사하면서 ‘신약 등 협상 대상 약재의 세부평가 기준’에 없는 평가 요소를 반영, 천연물 신약의 가격을 적정 가격보다 최대 58% 높게 책정하는 등 무리한 혜택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의 지적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의 유효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연물 신약 개발사들은 “교각살우의 우는 피해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천연물 신약은 미국은 물론 독일 중국 등에서도 공격적으로 개발 경쟁에 나서는 분야”라며 “드러난 문제점은 개선하되 천연물 신약에 대한 연구개발 촉진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 “해외 진출 위한 임상 진행 중”

천연물 신약은 화학 신약보다 개발비와 시간이 상대적으로 덜 들지만 그럼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미국에서 2호 천연물 신약으로 허가받은 ‘풀리작’(설사 당뇨 치료)은 허가까지 10년이 걸렸다. 이 같은 산업 특성을 간과한 채 글로벌 신약이 없다는 이유로 천연물 신약 육성 정책을 재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동아에스티, 녹십자 등 국내 업체들은 현재 미국에서 1, 2상 단계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4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의 임상 2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내 업체가 미국에서 천연물 신약으로 2상 임상시험까지 마친 것은 처음이다. DA-9801은 다년생 덩굴식물인 산약과 산지에 자라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부채마 추출물이 주성분이다. 미국 임상시험에 참여한 하버드대 프리먼 교수는 “임상 2상 시험 결과 약효가 기존 치료제와 동등하거나 높으면서 부작용은 기존 치료제보다 훨씬 적게 나와 3상 임상시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진약품도 천연물 신약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녹십자HS의 항암보조제는 독일 임상 1상을 완료하는 등 천연물 의약품의 글로벌 임상이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Health] 천연물 신약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
급팽창하는 글로벌 천연물 신약 시장

‘아스피린’(버드나무 추출물) ‘탁솔’(서양주목)은 천연물 추출물에서 탄생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기존 화학성분 결합 방식의 신약 개발이 한계에 봉착하자 아무도 선점하지 못한 천연물 신약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천연물 신약은 연평균 3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천연물 의약품 시장은 16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전문의약품이 12조원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1호 천연물 신약 ‘베라젠’은 생식기사마귀 치료제로 녹차잎 추출물이 주원료다. 2호 천연물 신약 ‘풀리작’은 아마존 자생식물 추출물이다. 미국에서는 20개 이상 후보물질이 임상 2상 시험을 하고 있다. 17개의 물질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2004년 FDA가 처음으로 식물약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뒤 임상시험 건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1990년대 초반까지 10건에 그쳤으나 2000~2004년 90건으로 늘었으며 가이드라인 발표 후 처음 3년 동안 12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내 천연물신약사업단 관계자는 “한의학이라는 임상학적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 한국은 천연물 신약 분야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