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세 신평양조장 사장(오른쪽)과 김동교 부사장이 막걸리를 빚는 모습이다. /신평양조장 제공
김용세 신평양조장 사장(오른쪽)과 김동교 부사장이 막걸리를 빚는 모습이다. /신평양조장 제공
[김현진 기자] 42살 김동교 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80년째 지켜온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에서 전통주를 만들어낸다.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을 다니며 평범한 생활을 했지만 가업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처음에 양조장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양조장 일을 가업으로 이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죠."

그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할아버지 김순식옹에 이어 양조장을 가업으로 운영하고 있던 부친 김용세 사장의 '백련 막걸리' 개발이었다.

"백련막걸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또 테스트 하는 시간이 꽤 길었어요. 2008년 백련막걸리가 개발돼 제품화되고 그 이듬해 청와대 만찬주로 뽑히게 된 겁니다. 국가적으로 막걸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자리에서 선정된 3개 막걸리 중 하나였죠."

백련막걸리
백련막걸리
백련 맑은 술은 당진의 햅쌀인 해나루쌀과 백련(하얀 연꽃)잎을 발효시켜 만든 막걸리를 장기 숙성시켜 맑은 부분만 걸러낸 것이다. 375ml 유리병에 담겨 있으며, 알코올 도수는 12도다.

술 빛깔이 밝고 부드러우며 향이 은은하기로 유명한 이 술은 2009년 청와대 전시품목 막걸리로 선정됐으며, 2011년부터는 일본에 수출되고 있다.

또 지난해 삼성 이건희 회장 생일만찬 건배주로 소개되면서 주문량이 폭주한데다가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계약요청이 쇄도했다.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날지는 예상하지 못했었죠. 양조장을 풀가동하는 등 최대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만들 수 있는 양보다 주문량이 많아 수요를 맞추기가 힘들었습니다."

이처럼 매년 만찬주로 등장했던 고급 와인을 대신해 전통주가 '값싼 술'이라는 편견을 넘어 고급화된 주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가업을 이어야 한다면 전통주 시장에서 한번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결심을 했죠"  / 진연수 기자
"가업을 이어야 한다면 전통주 시장에서 한번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결심을 했죠" / 진연수 기자
가업 이으려 화려한 스펙 포기

김 부사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국제통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리서치에 입사, 마케팅 컨설팅과 시장조사 업무 등을 맡았다.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회는 없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배운 업무가 가업을 잇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당시 직장에 사표를 내고 제일 먼저 막걸리 교육을 받았습니다. 저희 제품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전수를 받았지만 일반적인 제품의 생산원리 등 체계적 교육이 무엇보다 시급했죠. 2년동안 막걸리와 관련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다 찾아 다닌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막걸리 유통에 한계를 느꼈다. 지방막걸리의 유일한 출구를 찾는 일이 시급했다. 막걸리 바 운영이라는 판단을 내려 강남과 신사동 가로수길에 '셰막'을 오픈하게 된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저도수를 선호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했고, 적정 가격에 좋은 품질을 찾는 고객들을 끌어 들이는 전략이 성공했다. 입소문을 타고 '꼭 가봐야할 전통주점'으로 소문이 났다. 1호점 오픈 6개월 만에 강남대로변 영화관 CGV 뒤편에 120평 규모의 '셰막' 2호점을 열었다.

김 부사장의 신평양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6차산업화의 일환으로 역사성을 갖고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양조장을 선정해 종합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그는 오는 5월 전통주 체험박물관을 건립했다. 관광객들이 전통 전통주 제조과정을 체험해보고 지난 80년간 신평양조장에 얽혀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맛도 볼 수 있다.

"우리와 같이 주목받는 전통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전통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전통주 시장 또한 커질 것으로 자신합니다. 단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붐을 일으키고 빠져 나가는 기존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백련막걸리'라는 제품과 '셰막'이라는 브랜드를 키워 나갈 것입니다."

김현진 한경닷컴 기자 sjhjso12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