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급감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통화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6720억달러(약 795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9개월 전인 작년 9월의 7460억달러 대비 740억달러감소한 금액이다. 이 기간 매주 2억달러씩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신문은 산유국 간 세력 판도를 바꿀 정도로 초저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우디가 예멘 공습을 시작하고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등 재정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국제유가는 지난해 중반부터 급락해 최근 50달러를 밑돌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에너지 전문가 데이비드 버터는 “사우디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지난주 50억달러의 국채 발행을 결정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국채 발행은 8년 만이다. 더타임스는 인구의 3분의 2가 30세 미만인 사우디에서 경제침체로 젊은 층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기회가 줄어든다면 사회적 불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가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다며 ‘정부 지출 축소’를 권고했다. 재정정책 변경과 다양한 수입원 발굴, 부가가치세 및 토지세 도입 등을 통해 재정 수입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IMF는 사우디가 지금처럼 재정 지출을 늘리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8%를 밑돌고 내년에는 2.4%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 적자 역시 올해 GDP의 19.5%에 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