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극 원유시추 24년 만에 허용
미국이 17일(현지시간) 다국적 기업 로열더치셸의 북극해 석유시추 계획을 최종 허용했다. 셸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석유시추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의 이번 시추 허용이 환경오염과 안전성 논란을 거듭해왔던 북극해 개발의 신호탄이 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내무부 안전·환경규제국(BSEE)은 이날 알래스카 북동쪽 추크치해에서 로열더치셸의 석유시추 활동을 최종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북극해 석유시추를 허용한 것은 1991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셸은 1990년대 초에도 이곳에서 시추에 나섰다가 경제성과 기술력 등의 이유로 프로젝트를 중단했었다.

미국 내무부는 셸이 유정 폭발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비인 ‘덮개탑(capping stack)’ 수리를 완료한 것을 확인한 뒤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살레노 BSEE 국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셸의 시추 준비작업을 24시간 체제로 모니터링해왔다”며 “셸의 작업은 최고 수준의 안전과 환경보호, 비상대응 기준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셸은 이미 지난주 석유시추선을 추크치해로 이동해 해저 대양저 아래 8000피트(2400m)상에 있는 유정을 시추할 준비태세를 갖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북극해에 1340억배럴의 원유 및 1680조세제곱피트 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 원유 매장량의 13%, 천연가스의 3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셸의 첫 원유생산 시점은 2030년께가 될 전망이다. 셸의 앤 피커드 북극해 유전개발 총괄책임자는 지난 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원유 가격이 2030년께 배럴당 70달러 정도가 된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북극해 유전 생산이 본격화할 무렵 국제 원유가격은 배럴당 110달러 정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북극해 일대의 빙하가 점차 녹고 있기 때문에 노르웨이와 러시아 등이 셸의 성공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들은 북극 동물들의 생존이 위협 받는다는 이유로 시추 허용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