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적조까지…추석 앞두고 치솟는 '식탁 물가'
이윤석 롯데마트 수산물 MD(상품기획자)는 지난 17일 부랴부랴 경남 거제에 출장을 갔다. 올해 첫 적조 경보가 발령된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 일대 양식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MD는 “선선해지는 9월부터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우럭과 참돔을 비롯해 어류 수십만 마리가 출하를 앞두고 폐사했다”며 “정확한 피해 상황이 집계되진 않았지만 수산물 가격이 적잖이 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추석(9월27일)을 한 달여 앞두고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가뭄에 채소값이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적조 여파로 주요 어류가 떼죽음을 당하면서 수산물값까지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上)급 품질의 주요 채소 가격(가락시장 도매 기준)은 1년 만에 최대 70%가량 치솟았다. 배추얼갈이(1.5㎏)는 8월(1~18일) 평균 가격이 243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상승했다. 부추(500g)는 1070원에서 1764원으로 64.9% 뛰었다. 미나리(4㎏)와 시금치(4㎏)도 각각 8883원, 2만2828원에서 1만2454원, 2만9330원으로 1년 전 대비 40.2%, 28.5%씩 올랐다. 7월 가격과 비교하면 배추얼갈이와 부추 가격 상승률은 각각 176.4%, 126.6%에 달한다. 이들 채소값이 급등한 것은 가뭄과 고온으로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거나 타버려 수확이 예년만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가뭄에 적조까지…추석 앞두고 치솟는 '식탁 물가'
수산물 가격도 오름세다. 참조기(10㎏)는 지난해 9만2000원에서 이달 10만5512원으로 14.7% 올랐다. 같은 기간 가자미(8㎏)는 2만7480원에서 2만8976원으로 5.4% 상승했다. 채소 대비 가격 상승 폭은 작지만 올해 내내 안정세를 보인 수산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데다 적조라는 악재가 발생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이날 거제 가두리양식장에서 참돔과 돌돔, 우럭 등이 집단폐사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집계 중이지만 최소 수만, 최대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군 서면 가두리양식장 2어가는 감성돔 31만마리를 긴급 방류했다. 적조 피해를 입기 전 양식 어류를 방류하면 정부가 피해를 보상해주는 제도가 있다. 이로 인해 공급이 급감한 참돔, 돌돔, 우럭 등의 가격이 20~30%가량 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MD는 “출하를 앞두고 공급량이 급감한 수산물뿐 아니라 대체재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다른 수산물 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물량을 많이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