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으로 물든 '치유의 단색화' 일본 간다
한국의 때 묻지 않은 산세에서 흘러나오는 ‘치유의 단색화’가 일본으로 건너간다.

70대 단색화가 김가범 씨(사진)는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도쿄 니체갤러리에서 한국의 명산이 뿜어내는 청색을 화면에 담아낸 작품을 모아 개인전을 연다. 미국과 유럽 화단에 한국의 단색화 장르를 먼저 알린 김씨는 그동안 푸른색으로 산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인간의 소통과 치유 문제를 색채 미학에 녹여냈다.

작품의 소재를 주로 산에서 찾는 김씨는 이번 일본 초대전 주제를 ‘치유의 빛’으로 정하고, 산이 내뿜는 청색을 화면에 아우른 단색화 30여점을 건다. 그는 “일본의 획기적 미술운동인 모노파(物派)는 전후 일본 미술의 가장 중요한 경향 중 하나였지만 그 중심에는 한국 화가들이 있었다”며 “가장 단순하고 극적인 표현을 통해 우리 단색화의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청색풍 산 그림은 외형을 본떠 베끼는 게 아니라 내면의 정신성을 그렸다. 얇은 캔버스에 무수한 붓질을 통해 세월을 잊고 염불하는 마음까지 녹여냈다. 형상을 무너뜨리면서 육체적인 치유뿐만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달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김씨는 그동안 설악산 지리산 도봉산 팔공산 등 국내 명산을 답사하며 산 풍경을 단색조로 녹여냈고, 그런 뚝심을 자랑했다. 그의 눈을 산으로 돌리게 한 것은 뭘까. 그는 우리 산들은 ‘천연의 캔버스’란 점에 주목했다. 산마다 색다른 영기(靈氣)가 느껴지는 데다 미적 자극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그는 끝없는 욕망으로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영혼을 치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늦게나마 화가의 길로 들어선 이유이기도 하다. 붓을 놓는 순간까지 그림의 콘셉트를 ‘영혼의 치유’로 끌고 갈 생각이란다.

김씨는 “일본인들도 내 작품을 보면 푸른 색광의 에너지를 느낄 것”이라며 “끝없는 욕심과 욕망으로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청아한 산의 영기로 치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