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이야기산업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은 2012년 약 1조5000억원 규모였던 이야기산업을 2020년까지 5조원까지 키우겠다는 정책을 최근 발표했다. 중국은 2020년께 저작권 수출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이야기산업을 성장시킨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장쑤위성방송과 한국경제신문이 스토리를 함께 공모해 콘텐츠를 제작, 양국에서 방송하는 ‘한·중 스토리 공동제작사업’이 첫 사례다.

한·중 양국의 이야기산업 진흥정책을 총괄하는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과 중국 매체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방송위원회의 마리(馬黎) 국제합작사 사장을 만났다. 방송위 국제합작사는 중국 내 신문·출판·방송영상과 저작권 분야의 대외 교류와 협력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윤태용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윤태용 실장
윤태용 실장
“한국과 중국은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 원천 스토리가 풍부합니다. 양국이 스토리를 공동 개발하고 콘텐츠로 제작해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입니다. 영화 ‘수상한 그녀’,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등 한국 콘텐츠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해 성공한 데 이어 이제는 양국이 창작물을 공동 개발해 성공한 모델을 내야 할 차례입니다.”

윤 실장은 “장쑤위성방송과 한국경제신문이 함께 진행 중인 한·중 스토리 공동제작 프로젝트는 양국이 협력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시금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체부의 적극적인 후원도 약속했다.

그는 한국이 기술과 제작, 기획에서 앞서 있고 중국은 자금력이 풍부한 데다 시장도 크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이런 강점을 결합하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시장도 개척할 수 있다는 것. 윤 실장은 한국도, 중국도 단독으로는 진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동반 성장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교류협력 채널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원천 스토리를 발굴하는 단계부터 공동 제작을 추진해 양국의 법적·사회적·정서적 규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산업 글로벌화는 양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콘텐츠산업은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콘텐츠산업의 기반이 이야기산업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콘텐츠산업의 일부라고 인식되던 이야기를 별도의 산업 개념으로 접근해 이야기산업 진흥 5개년 추진계획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야기 창작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죠.”

문체부는 △스토리 공모대전 확대 △컨설팅을 통한 완성화 △사업화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 이야기 유통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윤 실장은 “이야기 에이전시 등 전문 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도 추진할 생각”이라며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표준계약서, 유통 플랫폼에 등록하는 이야기에 대한 권리 보호 등의 제도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마리 중국 방송위 국제합작사 사장

마리 사장
마리 사장
“K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슈퍼차이나’를 보고 한국 제작자들의 폭넓은 시야와 촬영·제작 기법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긴 역사와 문화를 바탕에 깔면 영상문화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한국과 중국이 손잡으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마 사장은 중국의 개혁과 맞물려 창작물의 양과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드라마 429편(1만5983시간 분량). 장편영화 618편, 애니메이션 12만분 분량이 제작됐다. 문제는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 것. “중국에선 영상 창작의 ‘고원(高原)’만 있고 ‘고봉(高峰)’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소재의 중복, 표절 및 모방, 엉성한 제작 관행 등을 개선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어요.”

마 사장은 영상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한·중 콘텐츠 합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SBS와 중국 저장위성방송이 공동 제작한 ‘런닝맨’, MBC와 후난위성방송이 함께 제작한 ‘아빠 어디가’ 등을 대표적 성공 사례로 들었다. ‘수상한 그녀’의 중국판 ‘20세여 다시 한번’은 3억5000만위안(약 600억원)에 이르는 관람료 수입을 거두며 중국 내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했다. ‘수상한 그녀’의 극본을 활용하되 촬영 장소와 배우는 현지화하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마 사장은 “상대 국가의 정책과 법규, 문화적 배경 등을 존중하고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양국 간 협력을 성공으로 이끄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은 콘텐츠 개발, 촬영·제작, 배급·홍보,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에 이르기까지 더 다양하고 깊은 교류 협력이 가능하다”며 “그렇게 되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개척이라는 장기 비전을 가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재혁/고재연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