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모기업은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체인 제일제당공업이지만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부인 손복남 CJ제일제당 경영고문은 삼성 계열사 가운데 안국화재해상보험(현 삼성화재)과 먼저 인연을 맺었다.

14일 유통업계와 보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956년 결혼한 이맹희 명예회장과 손복남 고문은 당시 1960년대부터 안국화재 경영 일선에서 활동했다.

삼성그룹은 1952년 설립된 한국안보화재해상재보험과 1956년 설립된 안국화재해상보험을 차례로 인수·합병해 안국화재로 재탄생시켰는데 당시 안국화재 사장이 손복남 고문의 아버지이자 이병철 회장의 사돈인 손영기 사장이었다.

이후 손복남 고문의 동생이자 손영기 사장의 장남인 손경식 현(現) CJ그룹 회장이 1973년 안국화재 이사로 선임된 뒤 이듬해인 1974년 대표이사 전무가 돼 경영을 담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경식 회장이 대표이사 전무부터 대표이사 사장·대표이사 부회장 등으로 승진하며 제일제당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꽤 오랜기간 안국화재 경영 전면에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손복남 고문 역시 시아버지인 이병철 회장에게 상속받은 안국화재 지분을 통해 최대주주이자 임원으로 활동했다.

이맹희 명예회장이 지분을 상속받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며느릿감을 이병철 회장이 직접 고른 것으로 안다"며 "아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맏며느리에 대한 신뢰와 장손(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기대가 커 안국화재 재분이 며느리에게 넘어간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삼성그룹이 한솔과 신세계에 이어 1993년 2단계 계열분리를 하는 과정에서 손복남 고문은 당시 보유한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회장의 제일제당 지분과 맞교환한다.

이종기 제일제당 부회장과 손경식 안국화재 부회장 역시 서로 자리를 바꿨다.

이맹희 명예회장은 1968∼1970년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냈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받은 뒤 주로 해외에서 생활했으며 제일제당이 삼성에서 분리된 뒤에도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CJ는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뒤 손복남 고문, 손경식 회장,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등 오너 4명에 의해 그룹으로 성장한 셈이다.

손복남 고문이 맡게 된 제일제당의 모태는 1953년 설립된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체 제일제당공업이다.

제일제당공업은 1953년 국산 설탕을 생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수입대체의 길을 열었고 1962년에는 설탕제품의 새 브랜드인 '백설표'를 내놨다.

미원과 함께 대표적인 종합 조미료인 다시다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1975년이었다.

1993년 제일제당건설·제일씨앤씨·제일냉동식품·제일선물 등 4개사와 함께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이후에는 외식사업과 영상시장에도 뛰어든다.

1996년 제일제당그룹이 공식 출범한 후 미디어·엔터테인먼트·금융·정보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종합 생활문화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춘다.

제일제당그룹은 2002년 사명을 CJ그룹으로 바꾸면서 1990년대부터 꾸준히 손복남 고문에게 지분을 물려받은 이재현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해 '이재현 체제'를 맞게 된다.

이재현 회장의 CJ 지분율은 올해 3월 말 현재 42.18%다.

CJ는 이후 2007년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제조사업 부문을 떼어 CJ제일제당을 세우고, CJ를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했다.

2009년 9월에는 CJ제일제당이 삼양유지를 합병하고, 2010년 10월에는 글로벌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를 선보였다.

2011년 3월 CJ인터넷, CJ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엠넷미디어, 온미디어를 흡수합병해 CJ E&M을 출범시켰다.

같은 해 5월에는 국내 최대 신선식품 브랜드 '프레시안'을 출시하고 12월에는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CJ그룹은 그룹 전체의 사업을 생명공학, 식품·식품서비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유통 부문 등 4대 핵심사업군으로 집중시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 3월을 기준으로 한 연결대상회사는 지주회사인 CJ를 포함해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M, CJ오쇼핑, CJ헬로비전 등 224개다.

국내 53개사, 해외 171개사다.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에서 다시다·장류·스팸·햇반 등 주요 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고유선 기자 chunjs@yna.co.kr,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