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와이 장관급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장기간의 표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의 바버라 위즐 대표보가 지난주 미 하원에서 의원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TPP 협상 내용을 설명하며 이달 안에 장관급회의가 다시 열릴 가능성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지난 달 31일 끝난 하와이 장관급회의에서 12개 TPP 참여국 대표들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했지만, 최종 합의를 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일각에서는 협의를 더 진전시키면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경제장 관회의 때 TPP 합의를 발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위즐 대표보의 발언은 TPP의 8월 합의 가능성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풀이됐다.

문제는 9월 이후로 넘어가면 TPP가 언제 합의될지에 대한 예측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TPP 참여국 가운데 캐나다가 오는 10월 총선을 치르고 미국에서도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내년 2월부터는 본격적인 대통령선거 정국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이들 두 나라보다 TPP 협상에 미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되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도 내년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케이토 인스티튜트의 대니얼 아이켄슨 무역정책연구담당 이사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TPP 협정이 의회에서 표 결을 거치는 기간을 5∼7개월로 예상할 수 있지만, 미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논란거리로 떠오르는 일을 피하기 위해 대선 이후에나 의회에 협정문을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주도의 TPP에는 미국과 일본 이외에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 세계의 38.2%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