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엔 차트 분석·재무설계…공부하는 IBK증권, 수익률이 '쑥쑥'
대형 은행과 증권사가 주도하고 있는 고객자산관리(WM) 시장에서 자산 규모 20위인 중형 증권사 IBK투자증권의 약진이 돋보인다. 이 회사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WM사업부문에서 올 상반기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작년 8월 취임한 신성호 대표(사진)가 ‘공부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킨 것이 고객수익률 향상과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PB 1인당 68시간 교육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 일선 지점의 WM사업부문은 2008년 회사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내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월간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흑자 규모를 키우며 상반기 기준으로도 흑자를 기록했다. WM은 주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상품 판매 및 투자일임 서비스와 재무설계, 증여, 세무 등의 종합적인 자산관리 컨설팅을 말한다.

IBK투자증권은 고객수익률 향상이 실적 개선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작년 4분기 -4.8%였던 고객수익률(전 지점 오프라인 계좌의 평균 누적수익률)이 올 상반기 25.1%로 급등했다. 상반기 국내 주식형펀드 순위 상위 10%에 해당하는 수익률(25.9%)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고객 자산 규모가 작년 말보다 26% 늘어나는 등 외형도 성장했다. 이 기간 고객 수(자산 1000만원 이상)도 8% 증가했다.

고객수익률 향상의 원동력은 ‘공부하는 증권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이 회사의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리서치센터장 출신인 신 대표는 취임 직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제 강의를 했다. 최근에는 각 지점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최고경영자(CEO) 특강’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매주 토요일 지점 프라이빗뱅커(PB)를 대상으로 ‘WM토요스쿨’을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PB 한 명당 68시간이 넘는 교육을 받았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학점이수제’도 도입했다. 차장급 이상은 34학점, 과장은 40학점, 대리·주임은 50학점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한정구 IBK투자증권 WM사업부문장(전무)은 “신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공부하는 조직문화’를 강조한 것이 PB 역량 강화와 고객수익률 개선이라는 선순환을 불러왔다”며 “앞으로 PB 평가에 고객수익률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수익의 무게 중심도 WM으로

WM 시장에서 IBK투자증권과 같은 중형 증권사의 약진은 의미가 있다. 증권사의 수익원이 단순한 주식 위탁·중개매매에서 전문적인 WM사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예·적금에 묶여 있는 자금이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주로 증권사가 판매하는 상품으로 흘러들고 있어 증권업계의 WM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내년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가 도입되면 자산관리 컨설팅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과세 상품 확대로 대형 증권사와 은행계 증권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