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L투자사 대표 등기 무효 소송 가능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동생 신동빈(60) 한국롯데 회장과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7일 일본으로 돌아가기 직전 언론에 전한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그리고 확실히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뾰족한' 법적 수단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예상해볼 수 있는 법적 대응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국으로 들어와 9일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 등 그룹 승계가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아버지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직접 썼다는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 등에 대한 해임 지시서를 제시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결국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과 함께 한·일 롯데 장악한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 아니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으로, 같은 맥락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법원에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로서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 측은 롯데홀딩스 대표 선임이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창업주 의중이 아직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을 뿐더러,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상법에서 '창업주 의중'을 이사회 결의보다 우선시하는 조항은 없다"며 "이사회 결의 과정에 하자만 없다면 가처분소송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두 번째 법적 대응 시나리오는 한국 호텔롯데 지분 72.65%를 보유한 12개 일본 L투자회사의 대표로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31일 등기되는 과정에 대한 하자를 지적하고 소송에 나서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측은 이에 대해서도 "L투자회사들의 이사회를 거쳐 승인된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선임이나 사후 등기 과정에서 서류나 날인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들고 나와 신격호 총괄회장 등 다른 이사들의 의사가 왜곡됐다는 주장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일본 법무성 법무국을 통해 행정적으로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등기가 별 문제 없이 이뤄진 만큼 이것도 결정적 문제가 드러날 개연성은 현재로서는 별로 없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신동주, 신동빈 두 형제의 경영권 다툼은 결국 법정이 아니라 주주총회를 통한 지분 표 대결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은 형제간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맞대결이다.

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인 신동빈 회장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장 추대(정관 개정 사안)를 위한 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만약 주총에서 정관 개정과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된다면, 이는 사실상 신 총괄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과 신 총괄회장에 의지하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패배를 의미한다.

반대로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동빈 롯데홀딩스 이사를 해임하기 위한 주총을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자신의 지분(2%)에 우호지분을 더해 3% 이상을 모아 임시주총을 요구하면, 신동빈 회장에 기운 이사회도 이를 받아들이고 주총에 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표 대결의 승부는 아직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형제 모두 30%대의 지분을 보유한 종업원지주회, 광윤사(光潤社) 등이 자신의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