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60% 넘는 대출, 첫달부터 원리금 상환
정부가 ‘7·22 가계부채 대책’에서 내년부터 사실상 거치기간을 없앤 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분할상환을 유도할 대출금 종류와 규모 등의 세부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부터 새로 주택대출을 받을 때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동시에 60%를 넘으면 LTV 60% 초과 대출금에 대해선 무조건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기준은 계약 내용에 변화가 없는 기존 대출을 제외하고 대출금액을 늘리거나 다른 대출로 갈아탈 때도 적용된다.

LTV 60% 이하 대출액에 대해서는 분할상환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분할상환하면 이자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분할상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7·22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비수기인 지난 7월에도 7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21조5709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270억원 늘었다. 주택금융공사에 매각 방식으로 넘긴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금액이 2조8483억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7월에 실제로 증가한 주택대출 금액은 3조3753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LTV 기준 60%로 강화

금융당국은 LTV와 DTI가 동시에 60%를 넘는 주택대출은 차입자의 상환 부담이 크므로 LTV 60% 초과분에 대해선 처음부터 분할상환이 필요하다는 방침을 사실상 정했다. 이렇게 되면 70%인 LTV 기준이 사실상 60%로 강화돼 대출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내년에 5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5000만원(LTV 70%)을 대출받는 A씨를 가정해보자. 만기는 30년, 금리는 연 3%다. A씨가 3억5000만원을 모두 만기에 일시상환할 경우 매달 갚아야 할 이자는 87만5000원이다. 총 이자액은 3억15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LTV 60%(3억원)를 넘는 5000만원은 분할상환하고, 나머지 3억원은 일시상환한다고 가정하면 A씨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은 96만802원이다. 3억5000만원을 모두 일시상환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매달 상환 부담은 8만5802원 늘어난다. 그러나 원금을 일부 갚아나가기 때문에 총 이자 부담은 줄어든다. 일시상환 때와 비교하면 이자 부담이 1911만1274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분할상환할 때 이자를 깎아주고, 거치기간은 1년 이내로 줄이는 방식으로 분할상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 의도대로 의무 분할상환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도 분할상환 비중을 높이면 매달 상환 부담은 더 늘어난다.

3억5000만원을 모두 분할상환할 경우 매달 원리금 상환액은 147만5614원이다. 만기 일시상환 때보다 매달 상환 부담은 60만614원 늘어난다. 그러나 총이자 부담액은 1억8122만1082원으로 만기 일시상환 때보다 1억3377만8918원 줄어든다.

◆하반기 가계대출 오히려 늘수도

‘LTV·DTI 동시 60% 초과 시 분할상환 의무화’ 규제는 DTI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지방까지 사실상 DTI 규제를 확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자가 의무 분할상환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일시상환을 위해 자연스레 DTI 60%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대출금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행 DTI 60% 규제는 수도권의 1억원 이상 아파트담보대출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분할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60%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대출금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금리가 싼 지금 주택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며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관련 문의가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