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의 성인 행복지수는 얼마일까
여론조사회사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59점이다. 조사 대상 143개 나라 중 118위다. 세계 평균 71점에 한참 못 미친다. 이른바 ‘국민 행복시대’를 사는 우리나라에서 정작 성인 행복지수는 바닥권이다.

우리나라 성인 중 36%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우울과 불안 분노 같은 정서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폐해도 심각하다.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 2위를 다투고, 우발적 살해와 보복운전 등이 늘고 있다.

왜 우리는 행복하지 못할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타인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남의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고, 남의 남편과 내 남편을 비교하고, 남의 직장과 내 직장을 비교하고, 남의 얼굴과 내 얼굴을 비교하는 등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한다. 남과 비교할 때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본질적인 가치를 잃게 된다. 자존감을 상실해 자신과 가족에 대해 분노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남과 비교한다는 것은 결국 남을 의식하며 산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을 의식하며 사는 경향이 있다. 허례허식도 이런 경향에서 나온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 때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이는 하인과 같은 삶이다. 하인은 주인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남이 나보다 더 가지고 있는 돈과 권력, 인기나 명예 등에 관심을 두지 말자. 인간의 욕심은 한도 없고 끝도 없다. 이런 것들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탄산음료와 같이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게 된다. 결국은 자신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된다. 행복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에 있는 것이다.

미국 허핑턴포스트가 최근 ‘행복해지기 위해 버려야 할 10가지 습관’을 소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버려야 할 첫 번째 습관이 ‘근사한 타이틀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직함은 맡은 역할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의 삶에 집중하자. 주인의 삶을 살자. 우리가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인간은 존엄한 것이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강영호 < 특허법원장 kang@scourt.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