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선수를 통틀어 아시아 최초로 골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이룬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만 20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우승을 차지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선수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38)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골프 선수로 대성하겠다는 꿈을 키운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격인 박인비는 아버지 박건규 씨를 따라 골프 연습장을 다니며 일찌감치 소질을 인정받았다.

분당 서현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주니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2000년 겨울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며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 유학을 시작한 박인비는 2002년 미국 주니어 아마추어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에서도 통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2007년 LPGA 투어에 진출한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따내며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이후 이유를 알 수 없는 슬럼프에 고생하기도 했다.

좀처럼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2010년에는 일본 무대 진출을 꾀하기도 하는 등 이어지는 부진에 마음고생을 하던 박인비는 2012년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오르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해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에서도 우승하며 자신감을 회복한 박인비는 201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2013년 개막 후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3차례의 메이저 대회를 연달아 휩쓸며 '캘린더 그랜드 슬램'에 대한 가능성까지 부풀린 것이다.

'컴퓨터 퍼트'로 불린 퍼트 실력은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했고 노련미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랭킹 1위에도 오르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해에도 메이저 대회인 L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3승을 거둔 박인비는 그러나 유독 브리티시오픈과는 우승 인연을 맺지 못해 애를 태웠다.

2013년에는 메이저 4연승에 도전했던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42위로 부진했고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우승하고 싶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며 이 대회 우승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박인비는 결국 올해 대회에서 브리티시오픈 우승의 한을 풀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메이저 대회 통산 7승, 이번 시즌 4승을 기록하게 됐으며 LPGA 투어 통산 16승을 거뒀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