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실적 악화에 경영 안정성마저 '흔들'…롯데 계열사 신용등급 강등 위기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우량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2012년 이후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의 불안정성·불투명성까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그룹의 장·차남 경영권 갈등 문제를 신용등급 판단에 부정적인 요소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사 간 결집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그룹이 쪼개지는 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불안이 기업 신용등급 변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실적 부진으로 신용평가사들이 기존 등급을 유지하기 부담스러운 시점에서 그룹 지배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강등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모호한데 형제간 지분율이 비슷해 갈등이 심해졌다”며 “신용평가는 그룹의 경영 안정성을 주요 항목으로 반영하는 만큼 현 상황은 롯데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투자등급 10단계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AA+’ 신용등급 계열사만 5개 보유하고 있다. 삼성(5곳)과 함께 국내 그룹사 중 가장 많다. 이 중 2008년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이 떨어진 계열사는 한 곳도 없다. 계열사 간 응집력을 기반으로 한 상호 지원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은 영향이 크다.

하지만 기존 신용등급을 계속 유지하기 힘든 여건이 이어지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빚은 늘고 이익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비금융 계열사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2011년 4조1650억원에서 작년엔 2조8100억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12조원에서 16조원으로 불어났다. 그룹 영업이익률은 2012년부터 5%를 밑돌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