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유엔군 참전용사 후손 대학생들이 24일 국화를 들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유엔군 전사자 명비에 헌화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6·25전쟁 유엔군 참전용사 후손 대학생들이 24일 국화를 들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유엔군 전사자 명비에 헌화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 청년 스테판 페터슨(20)은 2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서편에 있는 유엔군 참전용사 명비를 찬찬히 살폈다. 그는 이곳에서 육군 하사이자 유엔군 일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작은할아버지 ‘레이먼드 네빌 페터슨’의 이름을 발견했다. 페터슨은 “할아버지와 고모할머니로부터 (작은할아버지가) ‘네 나이 즈음 한국전에서 돌아가셨다’고 얘기를 들었다”며 “이렇게 만나 뵙게 돼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참전용사 명비에 조심스레 국화를 놓았다.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유엔군 참전용사 후손 104명을 초청해 지난 23일부터 6박7일간 일정으로 ‘청소년 평화캠프 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을 위해 기꺼이 젊음을 내던진 참전국 용사들의 희생에 감사하고, 참전으로 맺어진 인연을 후대까지 이어나가려는 취지다. 6·25전쟁 참전 16개국의 대학생 104명과 한국 대학생 59명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현충탑을 참배하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캠프 발대식을 열었다.

대니얼 케인(19)이 대표로 나서 ‘유엔 참전용사에게 바치는 편지’를 읽었다. 케인의 할아버지 체스터 케인은 미 육군 수송병으로 참전해 1952년 중반부터 이듬해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서 근무했다.

케인은 “할아버지는 내게 참전 당시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는 쓰는 언어가 다른 동료들을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애썼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았고, 우리가 이렇게 각각의 자유로운 일상에서 살아가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인 니콜라스 조지 폴시(18)와 그리스인 폴릭세니 투라지디(25)가 참가자를 대표해 “6·25 참전용사의 후손으로서 한국전쟁에 참가한 나라 간 우정의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 평화에 공헌하겠다”고 선서했다.

이들은 25일부터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예술의 전당 평화콘서트, 정전기념식(27일) 등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캠프 기간에는 3인 1조를 이뤄 전통문화 체험과 K팝 댄스 강습, 통일안보비전 발표대회 등의 일정에 참여한다. 태국 참전용사 반얏 쿨알윳의 외손자인 피차라 참푼설티(19)는 “평소 한복과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캠프에 참가했다”며 “한국인 대학생들과 함께할 일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지켜준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들의 업적을 후대에 널리 알리고, 혈맹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