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제재조치 철회 요구하며 '개성공단 임금협상' 판 깬 북한
“남북관계 해갈은커녕 다시 냉랭해질까 걱정입니다.”

지난 16일 1년1개월 만에 열린 남북 개성공단공동위원회 회의가 별 성과 없이 끝난 것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담은 임금 인상과 노동규정 개정 문제 등 개성공단 제반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북한이 천안함 폭침 이후 발효된 대북 경제제재인 ‘5·24조치’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들고 나오면서 끝내 회담은 별다른 합의 없이 끝났고 추후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개성공단 임금 문제는 북한이 작년 11월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노동규정 중 13개 항목을 개정한 뒤 지난 2월 말 최저임금 인상률 5% 상한 폐지 등 2개 항을 우선 적용해 개성공단 월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애초 회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측 대표인 이상민 남북협력지구기획발전단장이 “최근 내린 단비처럼 메마른 남북관계에도 오늘 회의가 단비가 되길 바란다”고 했고, 북측 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도 “개성공단의 활성화를 원하는 기업들과 공단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해 임했다는 평가가 통일부 안팎에서 나온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회담 전 북한이 요구했던 최저임금 인상률인 5.18%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수차례 피력했다. 회담에서도 남측 대표단은 북측에 이점을 주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측 대표단이 제안한 개성공단 탁아소 및 진료소 건립, 출퇴근 남북연결도로 개보수에는 북측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전 공동위에서 이미 합의된 사안인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대표단의 제의에 북측의 태도는 돌변했다. ‘3통을 거론하려면 5·24제재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였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 공동위원회는 정세적 영향을 받지 않고 남북 간 이미 합의한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그럼에도 정세를 공단 운영과 연계시키며 5·24제재 조치 해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공동위의 기본적 취지에 맞지 않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