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선언 → 노조 반발 → 법정 싸움 → 전격 합의

하나금융지주 아래로 묶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작업은 지난해 7월3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내용의 '2·17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런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지는 등 은행권 전반의 경영 사정은 점차 나빠졌다.

이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난국을 헤쳐나갈 카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계열 은행의 조기합병을 꺼내들었다.

이를 계기로 2년 넘게 '한 지붕 아래의 두 가족'으로 지내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통합이 본격화되는 듯했지만 외환노조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통합 작업은 표류했다.

외환노조는 김 회장이 합병을 선언한 지 한 달 뒤인 작년 8월12일 직원 5천187명이 서명한 '합병반대' 결의서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노조 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합병반대 여론을 확산시켜 나갔다.

그러나 하나금융 경영진은 외환은행 노조의 거센 반대 속에서도 합병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경영진의 강공 드라이브에 노조는 헌법재판소에 '합병중단 탄원서'를 제출했다.

청와대에는 노사정 합의 준수를 위한 특별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양측은 격렬하게 대치하는 가운데서도 합의점을 찾고자 지난해 11월 노사협상 대화단을 꾸려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양측 간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다.

파행을 거듭하는 협상에 지친 하나금융은 통합추진 반년 만인 올해 1월 19일 금융위원회에 합병 예비인가를 신청하는 강수를 뒀다.

같은 날 노동조합은 서울중앙지법에 '통합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나금융의 완승으로 예상됐던 분위기는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급반전했다.

합병 업무를 담당했던 하나금융 측 임원 3명은 결국 짐을 쌌다.

하나금융은 법원이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노조 측을 상대로 조기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설득 작업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급반전이 일어났다.

법원이 하나금융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통합절차 중지 결정을 취소한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의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우리 손을 들어줄지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원래 가처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뒤집힌 경우는 헌정 사상 3~4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권의 어려운 환경을 고려해 법원이 내린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결정 이후 외환 노조의 입지는 위축됐다.

노조 측은 하나금융의 대화 제의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채 나름의 대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합의가 최선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은행권의 경영사정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경영은 최근 한층 나빠지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외환 노조 측은 결국 하나금융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김정태 회장이 뚝심있게 통합을 추진한 지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하나은행은 올 1분기 말 공시 기준으로 171조3110억원, 외환은행은 118조6천7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해 통합은행 자산 규모는 289조9천810억원이 된다.

통합작업이 원활히 마무리돼 예정대로 올 10월1일 통합은행이 출범하면 신한(260조), 국민(282조), 우리(279조원) 은행을 능가하는 '메가 뱅크(거대은행)'가 탄생하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