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위내 수험서만 4권…"책 안 읽는 세태 반영" 우려
외국소설 강세도 주춤…다양한 취미 반영한 도서들 선호


언론 매체가 광고가 아닌 기사로 베스트셀러 목록을 소개해온 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서일수록 양질의 도서라는 믿음에 기초해서다.

연합뉴스도 이 같은 믿음을 바탕으로 매주 한국출판인회의가 주요 서점 8곳의 통계를 기초로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소개해왔다.

그러나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 변화 추이는 심상치 않다.

출판계 내부는 물론, 구매시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고해온 많은 독자들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7월 2일부터 8일까지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에서 판매한 부수를 종합한 7월 2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영어 및 한국사 수험서 등이 지난주에 이어 대거 20위권 내에 진입하며 소설과 인문교양 주제의 전통적인 베스트셀러들을 순위 밖으로 밀쳐냈다.

영어 수험서들은 간간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나 토익 수험서 3권이 두 주째 10위권에서 순위를 유지한 데 이어 한국사 관련 수험서인 '2016 전한길 한국사 합격생 필기노트'가 20위에 오른 게 예사롭지 않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드문드문 수험서들이 올라오긴 하나 지금처럼 대거 진입한 건 이례적"이라며 "무엇보다 당장 필요한 책 외에는 책을 잘 사지 않으려는 독자들의 최근 성향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안 베스트셀러의 주요 순위를 점거하면서 시장을 이끌어온 외국소설 강세 현상이 퇴조하는 추세도 눈에 띈다.

스웨덴 작가 프레데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이 새롭게 주목받았지만 요나스 요나손,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등 작가들의 스테디셀러들이 뒤로 밀려난 자리를 온전히 채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신 요리사와 요식업 경영인에 이어 방송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백종원이 지난해 출간한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 공지영이 딸에게 추천하는 음식 레시피를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간 에세이집 '딸에게 주는 레시피' 등 실생활과 관련된 도서들이 뜨고 있다.

한국소설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양 고전의 가르침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해 풀어낸 신영복 선생의 '담론'이 인문서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연작, 이지성의 '생각하는 인문학'도 인문 분야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다음은 20위까지의 7월 2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인플루엔셜)
2.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다산책방)
3.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백종원·서울문화사)
4.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한빛비즈)
5. 내 옆에 있는 사람(이병률·달)
6. 마법천자문 32
7. 딸에게 주는 레시피(공지영·한겨레출판)
8. 비밀의 정원(조해너 배스포드·클)
9.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현실 너머 편(채사장·한빛비즈)
10. 허즈번드 시크릿(리안 모리아티·마시멜로)
11. 담론(신영복·돌베개)
12. 생각하는 인문학(이지성·차이)
1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14. 해커스 토익 READING 2015(DAVID CHO·해커스어학연구소)
15. 해커스 토익 보카 2014 개정판(DAVID CHO·해커스어학연구소)
16. 대화의 신(래리 킹·위즈덤하우스)
17. 인생의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리웨이원·비즈니스북스)
18. 해커스 토익 LISTENING 2015(DAVID CHO·해커스어학연구소)
19. 그림의 힘(김선현·에이트 포인트)
20. 2016 전한길 한국사 합격생 필기노트(전한길·에스티앤북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