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자본통제 13일까지 지속키로…ELA 한도 계속 동결
치프라스 정부, 9일 채권단에 개혁안 제출 예정…"유로존에 이익될 것"
미국 재무장관 "양측 합의해야…장기적 해결책에 채무재조정 포함 필요"

그리스가 자국의 운명을 가를 구제금융 협상안을 9일(이하 현지시간) 제출하기로 했다.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에 내놓을 개혁안에 따라 협상이 재개될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가는 길이 열릴지 갈릴 전망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연설에서 "그리스는 신뢰할 수 있는 개혁안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요구한 시한인 9일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주에 그리스 정부로부터 개혁안을 제출받아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이 제안을 토대로 그리스 지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결론이 났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앞으로 2∼3일 내에 우리는 그리스와 유로존에 가장 이익이 되도록 의무를 다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핵심 쟁점은 그리스의 채무 조정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우리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재정개혁 제의와 채무 재조정안(restructuring)이 유럽 납세자에게 부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의 일원인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도 그리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채무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세미나에 참석해 "그리스가 이행해야 할 각종 개혁 방안과 더불어 필요한 또 하나의 조치는 채무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도 세미나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은 유로지역이 손상되지 않도록 합의해야 한다"며 "장기적 해결책에는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해 일정한 정도의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채무 탕감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만큼 만기 연장 등을 통한 채무 조정이 이뤄질지 관심사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놓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집권당 내부의 반발에 부딪힌 점도 주목할만한 요인이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의 상설 구제금융 기관인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에 자금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연금 및 세제 개혁을 단행하고 재정적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스 정부가 공개한 요청서에 따르면 그리스는 ESM에 3년간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으나 자금 지원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구제금융 합의가 이뤄지면 그리스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는 그리스의 경제 및 재정 상황에 대한 채권단의 평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위기가 해결되지 않자 그리스 정부는 은행 영업 중단 등의 자본통제 조치를 13일(다음주 월요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금액 한도를 다시 동결했기 때문이다.

ECB는 지난달 26일 ELA 한도를 890억 유로가량으로 올린 이후 동결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EC가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지원 재협상 진척 상황을 지켜보며 태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뤼셀·서울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