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엘리엇, 법리논쟁으로 여론 호도 안돼
한국의 자본시장은 꾸준히 친(親)외자정책을 추진한 결과 외국인의 투자가 매우 자유로워졌다. 정부는 외국인의 투자를 반기고 있고,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종목에 외국인이 얼마를 사고팔았는지 촉각을 세운다. 다만 투자는 언제나 정당한 이익을 얻고 동시에 기업에 도움이 돼야 한다. 합법임을 강변하면서 허술한 법질서를 조롱하고 갈취 수준의 이익을 챙길 때는 시장의 시선이 고울 수 없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문제를 법정으로 가지고 갔다. 이제는 이번 합병이 합법인가 불법인가의 문제로 비화했다. 엘리엇이 주장하는 법적 쟁점은 타당한가.

첫째,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0.35주 대 1주의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의 자산에 비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이 비율은 현재의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고, 법률의 규정은 시장은 매우 효율적이어서 시장이 주가를 결정한다는 이른바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른 것이다. 주식에 대한 평가는 어렵다. 정부는 분쟁을 줄이기 위해 상장사끼리의 합병 비율은 현재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도록 정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자산가치를 반영해 재평가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자본시장법은 강행법률이다. 시장가치 평가법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자산가치 평가법을 도입하면 자산가치냐 시장가치냐를 두고 주주 간 분쟁 때문에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은 일거에 혼란에 빠진다. 엘리엇의 주장은 법률을 따르지 말라는 것과 같으며 갑자기 시장의 룰을 바꾸라는 것이다.

둘째,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자사주)을 KCC에 매도했는데 그 매도가 불법이며, 따라서 KCC가 매수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은 과거에 엄격히 금지됐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상장회사뿐 아니라 모든 회사는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내에서 한도 없이,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배당가능이익이 있다면 자기 회사가 발행한 모든 주식을 취득할 수도 있게 됐다. 취득이 자유로운 만큼 처분도 자유화됐다. 정관에 규정이 없으면 이사회가 결정하면 된다. 엘리엇은 그 처분을 주주의 신주인수권에 비례해 각 주주에게 균등하게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법론으로는 고려할 수 있겠지만, 상법의 입법자는 자사주 매각에 관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으며, 법원도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자기주식처분결의는 이사의 경영판단에 속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처분이 합법적인 이상 그 주식을 취득한 제3자가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므로 의결권 행사 금지는 논의의 가치가 없다.

셋째, 엘리엇은 주식을 취득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았는데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 등 자산의 현물배당을 요구하면서 이것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라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상법상 주주제안권은 발행주식총수의 0.5% 이상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상장회사 주주가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상장회사는 6개월 보유요건이 없는 대신 3%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면 된다. 6개월 보유요건은 상장회사의 경우 주식 이동이 매우 자유로워 지금 엘리엇이 그러하듯이 갑작스럽게 주식을 매집해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엘리엇은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투자자는 경제논리에 따라 투자하면 되고, 법률가는 법문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된다. 투자자로서의 엘리엇은 환영해야 한다. 합리적인 법리논쟁은 필요할 것이나, 마치 어떤 기업이 위법을 저지르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면 안 된다.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