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어제 협정문 서명식을 열고 공식 발족했다. 창립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한 57개국, 수권자본금은 1000억달러(실제 청약자본금은 982억달러)다. 각국 의회의 동의와 총재·부총재 선출, 이사회(12인) 구성 등 후속절차를 거쳐 연내 출범할 것이라고 한다. AIIB 등장으로 IMF와 WB를 두 축으로 한 국제경제질서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AIIB에 대해선 아직 기대 반, 우려 반인 게 사실이다. 물론 그동안 말이 많았던 지배구조 문제는 적지 않게 개선됐다. 먼저 이사회가 투자결정 등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게 주목된다. 중국은 당초 자신이 맡을 게 유력한 총재 산하에 집행기구를 둬 중요 안건을 결정토록 할 방침이었다가, “중국이 AIIB를 휘두르려 한다”는 비판이 일자 물러섰다. 중국은 또 AIIB 자금이 환경·노동·인권 등에서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들에 제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이프가드(안전장치)를 둬야 한다는 유럽 등의 요구도 수용했다. 그렇더라도 중국은 총재에 이어 투표권도 26.06%로 가장 많아 사실상 거부권을 확보했다. 이사회 구성, 협정문 개정 등 중요 사항은 전체 투표권의 4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이뤄진다. 중국은 마음먹은 대로 결정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AIIB의 성공 여부는 운영의 투명성에 달렸다. 중국이 혹여라도 패권주의적 논리를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자국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를 생각하는 중국이어야 한다. 최대 경제 강국인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필리핀도 참여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선 글로벌 룰의 관리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관료주의도 거부돼야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6월29일자)이 “AIIB가 중국이 글로벌 기준을 준수할 것인지 테스트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AIIB 출범은 IMF, WB, ADB 등 기존 국제기구의 혁신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수 있다. 사실 이들 국제기구의 폐쇄성이 AIIB가 나온 빌미였다. 중국엔 중대한 도전이자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