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무인차, 한국서 못 달리는 까닭
구글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시작했고 현대자동차도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 자율주행차가 한국 도로에서는 주행은커녕 움직이지도 못하고 현대차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도 해외에선 사용하지 못한다. 자율주행차 통신(V2X)과 관련한 한국의 주파수 대역이 국제표준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은 29일 서울 한국기술센터에서 ‘219회 한국공학한림원 포럼’을 열고 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규제 개선 및 정책 제언을 발표했다.
구글 무인차, 한국서 못 달리는 까닭
공학한림원은 작년 5월부터 산업발전규제개혁위원회(위원장 이상훈 전 KT 사장)를 꾸리고 국내 기술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했다.

대표 기술규제로 꼽힌 게 자율주행차 관련 주파수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자동차가 다른 차량, 도로, 서버 등과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교통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자율주행차 통신에 5.9㎓ 대역을 국제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대역이 지상파 방송사의 중계용 차량 통신에 사용되고 있어 연구자들이 수출용과 내수용을 따로 개발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단장은 “5.9㎓ 대역을 자율주행차용 주파수 대역으로 할당하고 기존 방송 중계용 차량에는 다른 주파수를 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장비의 법적 성격이 모호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미국은 디젤발전기, 가스 터빈발전기처럼 ESS도 발전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는 관련 규정이 없어 설치와 운영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화학물질관리법이 제정되면서 화학사고 발생 시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장외영향평가서’ 의무 대상 사업장이 8000개에서 29만개로 늘어난 것도 기술규제로 꼽았다. 평가서 한 건 작성에 2000만~1억원이 들어가는데 최대 3397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