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전히 소통 안되는 행자부
29일 오후 2시41분. 행정자치부 대변인실에서 보낸 한 통의 문자가 기자의 휴대폰에 왔다. 이날 오전 배포한 ‘마금산원탕관광온천 보양온천 지정’ 자료에 오류가 있으니 다른 보완자료로 대체한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행자부는 이날 오전 ‘경남 창원의 마금산원탕관광온천이 전국에서 아홉 번째로 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보양온천은 온도·성분이 우수한 온천수와 건강 증진에 적합한 시설을 갖췄다고 인정되는 온천으로, 행자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시·도지사가 지정한다.

불과 몇 시간 뒤 다시 배포한 자료는 ‘마금산원탕관광온천의 보양온천 지정 승인이 보류됐다’는 내용이었다. 앞선 보도자료 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이날 오전에 배포했던 해당 자료의 엠바고는 이날 낮 12시. 상당수 언론에서 이 시간에 맞춰 해당 내용이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보도됐을 때였다. 사실과 다른 정부의 보도자료가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된 것이다.

사연이 궁금했다. 행자부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11시 열린 보양온천 지정위원회에서 참여 위원들의 토론을 거친 끝에 마금산원탕관광온천의 지정이 보류됐다”고 해명했다. 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보양온천 지정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지정이 승인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정부가 미리 예상해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더 놀라운 건 담당부서 관계자들의 반응이었다. 한 국장은 ‘승인이 보류됐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가 알려진 데 대해 미안해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기자들의 잇단 항의가 이어지자 이 관계자는 “다른 업무 때문에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정부 발표자료 내용이 틀리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정부 발표를 검증 없이 보도한 언론 책임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잘못된 내용의 자료를 배포한다는 건 정부 발표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불통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도 여전히 바뀐 게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