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의 고전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다섯 번째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다음달 2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한다. ‘터미네이터’는 1984년 첫 편 이후 4개 작품이 관람료 수입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기록해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다. 이 중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1, 2편은 SF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병헌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2029년 인간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가 사람들을 이끌고 로봇 군단 스카이넷에 맞서는 동안 스카이넷이 존 코너의 탄생을 막기 위해 터미네이터를 1984년으로 보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존 코너의 부하 카일 리스가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라 코너는 카일 리스와 함께 스카이넷의 탄생을 사전에 막기 위해 2017년으로 떠나지만 그곳에서 놀랍게도 최첨단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해있는 존 코너를 만난다.

영화는 시간 여행이란 키워드를 유지하되 과거, 현재, 미래의 동시 전쟁에 반전 코드를 더했다. 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지만 이야기 순서로는 세 번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2편과 밀착돼 있다. 기존 이야기에 새 이야기를 절묘하게 결합해 영리하게 비틀었다. 심장이 없는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조금씩 알아가는 모습들은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면서 유머장치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올드 버전 T 800 터미네이터가 사라 코너를 딸처럼 대하는 장면들은 어딘지 어색하며 때로는 코믹하다. 훈훈한 분위기에서 억지로 썩은(?) 미소를 짓는 표정은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사라가 죽은 줄 알았던 그에게 달려가 포옹할 때는 “업그레이드됐어”라고 가볍게 말할 뿐이다. 작별의 순간에 사라가 끌어안는 장면에서도 터미네이터는 “보내야 하는 걸 아는데 끌어안는 이유는 뭐야?”고 말한다. 그는 짝짓기와 사랑의 차이를 모른다.

이 같은 로봇의 반응을 통해 관객들은 인간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인간은 기계의 논리적인 사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이성의 총체라는 사실이다. 또한 양립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성질을 통합하는 존재다. 이성이나 감성 중 하나가 없다면 얼마나 우스운 존재가 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슈워제네거가 맡은 T800뿐 아니라 이병헌이 연기한 T1000, 제이슨 클락이 해낸 T 3000까지 로봇의 진화 과정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T800은 인간의 피부와 비슷한 생체 조직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다. 이병헌이 10여분간 해낸 T1000은 ‘터미네이터2’에 나온 액체금속 로봇이다. 겉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만 극고온이나 극저온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T3000은 초미세 나노 입자로 만들어져 화염 속에서도 녹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영화는 인간에 대한 탐구란 주제에다 이런 시각적인 재미까지 곁들여 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