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그리스 악재에 다시 한번 발목을 잡혔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해서다.

29일 오전 11시27분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78포인트(1.52%) 하락한 2057.66에 거래됐다. 코스닥 역시 1.69% 빠졌다.

이날 증시는 지난 주말 부각된 그리스 디폴트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로 개장하면서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27일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와 유로존 채권단간의 협상이 결렬됐다. 그리스 정부는 다음 달 5일 유로존 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채권단은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수 정부가 요청한 7월5일까지의 구제금융 연장도 거부했다"며 "오는 30일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은 종료, 같은 날로 상환 예정이던 15억유로 규모의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의 상환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구제금융협상 결렬 이후 전개 방향에 대해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잔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 후 협상안 수용 등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채권단이 강경한 입장을 보여도 국민투표 결과까지는 확인할 것"이라며 "그리스 설문조사에서 협상안 수용 찬성(47%)이 반대(33%) 많은 것으로 집계된 상황이지만, 만약 반대로 결과가 나오면 금융시장 축격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긍정적인 부분은 과거 2012년 때와 같이 유로존 국가들 전체에 연쇄적인 위기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점이다. 그리스 채무에 대한 유럽 은행들의 노출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2011년 1284억달러였던 그리스 익스포저(위험노출) 규모는 342억달러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스 디폴트 여부는 국민투표 결과까지 확인한 뒤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 결과 채권단의 요구를 찬성한다면 사태는 일단 파국은 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승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와 채권단 모두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달 30일 혹은 내달 5일 이전까지 극적인 타협이 성사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일단 국민투표일 7월 5일까지 국제 금융시장은 단기 불확실성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의 국민 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고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탈퇴까지 이어지는 경우다.

이상재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단기적으로 보면 그렉시트에 이은 포렉시트(포르투갈의 유로존 탈퇴) 등 유로존 체제 불안정에 대한 우려까지 확산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따른 영향을 보면서 유로존 체제가 공고화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