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한국인 최초 세계피부과학회 총회 연설
세계 속 ‘K뷰티’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보톡스·필러 시술의 대가로 잘 알려진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이 지난 13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23차 세계피부과학회’에서 총회 연설자로 나서 화제다. 서 원장은 122년 피부과학회 역사상 코스메틱 분야의 연설자로 총회 강단에 올라 선 최초의 한국인으로 기록됐다. 그는 이번 학회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1889년 파리에서 시작된 피부과학회는 4년마다 열리며 ‘피부과 올림픽’으로 불린다. 130여개국, 1만 1000여명의 회원들이 참가하는 전 세계 피부과 최대 학술대회다.

동양인에게 높은 벽으로 여겨져왔던 이번 행사에서 서 원장이 연자로 선정된 것은 한국 미용성형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한국인 최초 세계피부과학회 총회 연설
서 원장은 모두가 선망하는 ‘아름다운 얼굴’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으로 강의했다. 그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해 인종, 국가, 문화, 종교 등에 따라 크고 작은 차이가 있으며, 시대 흐름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특히 “일부 학자들은 황금비율로 아름다움을 평가하지만 사실 하나의 고정된 기준으로 미의 기준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의 연설은 세계 피부과학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예컨대 이 같은 현상으로 같은 시술을 시행하더라도 동서양에서 만족도의 차이가 나올 수 있다. 보톡스의 경우 미국에서 처음 주름을 개선하기 위한 미용치료로 시작됐다. 국내의 경우 얼굴을 작게 만드는 ‘사각턱 개선’의 대표시술로 여겨진다. 하지만 광대뼈나 사각턱을 긍정적인 미의 요소로 서양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안젤리나 졸리, 캐서린 제타 존스, 나탈리 포트만 등의 공통점은 각진 턱선이다. 서양에서는 각진 사각턱을 ‘우아함의 상징’으로 여긴다. 반면 한국 등 동북아시아에서는 얼굴 좌우 폭이 넓은 사각턱은 고집 세고 성격이 강한 관상으로 여겨 콤플렉스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서 원장은 “서양인은 광대가 발달되고 볼이 움푹 들어간 역삼각형을 이상적인 얼굴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광대가 발달되지 않은 계란형 얼굴에 통통한 볼살을 가진 ‘베이비페이스’를 미인형으로 꼽는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앞서 2001년 국냐에 사각턱보톡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서 원장은 국내 보톡스·필러시술을 대표하는 인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 의대 보톡스클리닉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세계피부외과학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필러·보톡스 등 미용치료 연구개발에서 독보적인 만큼 세계적인 학술대회의 미용치료 세션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미국 덴버에서 개최된 제72차 미국피부과학회(AAD)에 초청받아 ‘아시아의 미학’(Asian Esthetics)을 주제로 한국형 보톡스·필러치료의 특성에 대해 강의했다.

학술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는 2013년 영국 엘스비어(Elsevier)가 출간한 ‘미용피부과학 술기’의 ‘코필러 성형’ 챕터를 집필해 주목받았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였다. 또 한국형 보툴리눔치료(엘스비어코리아), 보툴리눔필러 임상해부학(한미의학) 등을 출간했다. 이들 서적은 올 하반기 독일의 스프링거(Springer)사에서 영어판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