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할머니보쌈·족발’ 가맹점주인 김용담 사장(왼쪽)이 직원과 함께 배달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원앤원 제공
‘원할머니보쌈·족발’ 가맹점주인 김용담 사장(왼쪽)이 직원과 함께 배달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원앤원 제공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퓨전포차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수 사장(52)은 요즘 하루하루를 우울한 얼굴로 보내고 있다. 김 사장은 5년 전 아내와 함께 퓨전포차를 열었다. 점포 운영과 고객관리를 열심히 한 덕분에 입소문을 타면서 장사가 제법 잘돼 경기침체 와중에도 그럭저럭 잘 버텼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파동이 몰아닥친 이후 가게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주변 사무실에서 퇴근 후 들르던 단골손님도 확 줄었다. 김 사장은 피크타임에 쓰던 아르바이트 직원과 주방보조 아주머니도 이젠 부르지 않는다.

◆메르스가 자영업시장을 강타

메르스 사태가 자영업시장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외식도 배달 음식으로 대신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 택배 배송량은 전월 대비 20%가량 늘어나 온라인몰 주문 폭주로 일부 지점에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들도 최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시범 운영 중이다.

외식시장에서도 배달 업종이 강세다.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거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 같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는 창업 희망자들은 메르스 무풍지대에 있는 업종이 없는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 성동구 성수2로 7길에 있는 ‘원할머니보쌈·족발’ 성수점은 메르스 여파에도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116㎡(약 35평) 규모 이 점포의 평소 하루 매출은 200만원 선이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30만원 늘어나 230만원을 올리고 있다.

이 점포는 평소 홀매출과 배달매출 비율이 절반씩이었지만 최근에는 배달 매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사람들이 메르스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배달 주문을 많이 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가게주인 김용담 사장(50)은 “배달은 점포의 규모와 관계없이 고객수와 매출을 확장할 수 있는 판매방식”이라며 “배달 매출 올리기 비법은 평소에 전단지를 많이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색내기용 시식 메뉴보다는 실제로 판매하는 메뉴를 서비스로 제공하면 더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가게는 배달용으로 오토바이 4대를 사용하고 있다.

◆포장 매출도 ‘짭짤’

포장 매출이 늘어나는 점포도 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삼각김밥·규동 전문점인 ‘오니기리와이규동’ 잠실 파크리오점은 메르스 여파 이후 매출이 오히려 올랐다. 23㎡(약 7평) 규모인 이 가게는 하루평균 매출이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올림픽공원 근처는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다. 그래서 매장면적에 비해 장사가 잘되는 편인데, 최근 주부 손님들의 포장 판매가 부쩍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 점포를 운영하는 전상영 사장(37)은 “유동인구가 여전히 많지만 메르스 여파로 사람들이 일찍 귀가하는 편이어서 포장 매출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도시락전문점으로 유명한 ‘한솥도시락’도 메르스 여파에 끄떡없는 브랜드로 꼽힌다. 이용 한솥 본부장은 “가맹점 매출이 메르스 사태 이후 조금씩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배달은 불황이나 재해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매출이 감소할 때나 점포의 규모가 작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적극적인 판매방식”이라며 “하지만 지속적인 배달 고객의 확보를 위해서는 상품의 품질 유지와 배달 서비스 체계를 잘 세워놓아야 하고, 평소에 전단지나 광고 등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