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지는 경우의 수…엘리엇-삼성戰 관전 포인트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 사이에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사건의 심리 결론이 늦어도 내달 1일까지는 나올 예정이다.

만에 하나 자사주 처분 금지 등 엘리엇의 일부 주장이 수용되면 판세가 뒤집힐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이번 분쟁에서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법원 누구 손 들어주나 '시선 집중'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과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제기했다.

특히, 재계와 법조계는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총 자체를 막아달라는 엘리엇의 요구는 법리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은 삼성물산이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넘긴 자사주 899만주(5.76%)의 의결권이 내달 17일 주주총회에서 행사되지 못하게 막아달라는 요구다.

엘리엇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삼성물산 경영진이 우호 세력인 KCC에 자사주를 넘김으로써 자신들의 의결권이 부당하게 희석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상법 등에 자사주 처분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는 가운데 법원은 과거 유사 사건에서 엇갈린 판결을 내려 엘리엇도 여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판례 다수는 경영진이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한 것을 인정하고 있어 일단 삼성물산 측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그럼에도 만일 엘리엇이 승소해 KCC에 넘어간 5.76%의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금지된다면 엘리엇은 단숨에 판세 역전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의 지분 분포를 보면, 삼성그룹 우호 지분은 KCC의 5.96%를 포함해 19.95%이다.

자사주 처분이 문제가 돼 KCC 지분 중 5.76%의 의결권이 사라지면 삼성그룹의 우호 지분은 14.19%로 다시 낮아진다.

이밖에 국민연금 10.15%를 비롯해 국내 기관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 21.2%이고 외국인은 엘리엇의 7.12%를 포함해 33.61%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35.39%로 주총 승리를 위해 최소한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47%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된다.

◇ 국민연금 '불확실', 일성신약 '반기'…삼성측 긴장 고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이번 가처분 사건에서 이겨도 내달 주총까지 상황이 녹록해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이번 합병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 24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통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국내 자문 기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모두 찬성 의견을 낸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시장에서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업계에서는 SK C&C와 SK간 합병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기업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이 SK(7.19%)와 SK C&C(6.06%) 주식을 비슷한 비율로 동시에 보유하고 있음에도 SK의 주주 가치 훼손을 주된 이유로 들어 합병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주식을 동시에 들고 있을 것으로 보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기 어려울 것이라던 기존 관측과 상충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민연금과 함께 합병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되는 일성신약도 삼성물산 합병에 반기를 들 분위기여서 삼성그룹 측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단 1%가 아쉬운 마당에 2%가 넘는 지분을 가진 일성신약이 적진으로 이탈하면 그 충격이 상당히 클 수밖에는 없다.

이런 가운데 엘리엇과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미국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2.2%를 확보해 삼성측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판세로 봤을 때 주총에서 박빙의 차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이 SK 합병에 반대를 하고 나서면서 불투명성이 커켰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