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마곡·위례 효과…부채비율 273%로 확 줄고 2년 연속 흑자
‘땅을 만지는’ 부동산 공기업은 제조업체와 같은 잣대로 부채 규모를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부채(금융부채)와 보증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채(운영부채)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운영부채는 이자를 내는 게 아닌 얻는 부채다.

SH공사는 2011년 10월 말 기준 13조5789억원까지 증가한 금융부채를 꾸준히 감축해 왔다. 그때부터 지난해 말(12월)까지 3년2개월 동안 6조8490억원을 줄였다. 2013년 미분양 아파트 1517가구가 모두 팔리면서 당초 목표보다 금융부채 3508억원을 더 감축할 수 있었다.

금융부채 감축에 따라 SH공사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11년 5476억원(하루평균 15억원)에서 2014년 3327억원(하루평균 9억원)으로 감소했다. 하루평균 6억원의 이자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총부채비율은 2011년 313%에서 2014년 273%로 낮아졌다. 금융부채만 따지면 그 비율이 2011년 말 70%에서 지난해 39%로 내려갔다.

이자 내는 금융부채 비율은 39% 수준

SH공사의 부채도 금융부채와 운영부채(임대보증금, 선수금, 기타)가 혼재돼 있다. 즉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릴수록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SH공사의 임대주택 누적 공급량은 2011년 말 13만2803가구에서 이듬해 13만9547가구, 2013년 15만5810가구, 지난해 16만998가구로 계속 증가해 왔다. 임대주택은 매각이 어렵고 임대 의무기간이 규정돼 있어 부채를 의도적으로 줄이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낸 것은 적극적인 사업 확장이다. SH공사는 분양대금 선납 할인, 투자설명회 등 탄력적인 마케팅을 통해 서울 마곡·은평·위례지구에서 지난해 460필지를 팔아 1조8566억원을 벌어들였다. 2013년 미분양주택 1517가구를 지난해 전량 분양하면서는 91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H공사 관계자는 “전사적인 금융부채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택지 및 주택판매 장애 요인을 적극 발굴해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SH공사는 2018년까지 총부채를 14조1000억원 수준으로 줄여 부채비율 18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총부채는 17조1490억원(금융부채 6조7299억원, 운영부채 10조4191억원)이다. 전년보다 1조2128억원 줄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마곡·내곡·세곡2·위례지구 관련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금융부채는 3조9276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마곡·문정·세곡2지구 등에서 분양선수금(1조8914억원)이 증가하고 세곡2·마곡·천왕2·신내3지구 등에서 임대아파트 보증금이 1조2676억원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부채 1조2128억원을 감축했다.

‘공격 경영’으로 2년 연속 흑자

SH공사는 지난 2년(2013~2014년)간 연 1000억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매년 3000억원에 이르는 임대주택사업 적자를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공사의 경영 실적은 2008년 이후 2011년까지 개선됐다. 2010년 은평3지구, 상암2지구, 강일2지구, 장지지구 12·13단지, 마천지구 등에서 아파트를 분양했고 동남권유통단지 상가 및 상업용지 공급 영향으로 그해 21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듬해 은평뉴타운 등에서 택지를 매각하면서 매출총이익이 개선돼 당기순이익은 4307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2012년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택지매각 및 주택·상가분양 실적 저조, 임대사업 적자폭 확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진과 자산가치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5354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긴축경영에 돌입,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2576억원의 영업이익과 11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위례, 마곡지구 택지 매각과 세곡2, 내곡지구 주택분양 실적 개선이 요인이었다. 지난해에는 은평, 문정, 마곡, 위례 등의 지구에서 택지가 잘 팔렸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4조3651억원, 2769억원, 1044억원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임대주택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시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임대주택 공급을 계속 늘리는 것은 물론, 새로운 주력 임무로 떠오른 주거복지사업 및 도시재생사업 등을 내실 있게 추진해 수익 창출과 부채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을 계획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