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삼성과 SK 상황 달라…벌처펀드 변수도 고려"

삼성물산은 국민연금이 24일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하기로 의결권 행사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SK그룹과는 상황이 다른 만큼 국민연금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합병 목적과 시너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의결권 행사 결정을 내릴 걸로 기대한다.

합병 가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서 SK C&C와 SK의 합병 등 임시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양측 합병 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7일 임시 주총을 앞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삼성물산은 대주주와 KCC 지분 등을 합한 우호 지분이 19.95%이다.

주총 참석률 70%를 예상할 때 합병안 통과를 위해서는 47%의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합병 안건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SK와 삼성의 합병 구조가 다르다는 점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는 지주사와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합병하면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사업회사간 합병으로 사업 시너지 제고가 중심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더불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받을 수 있다"면서 "삼성물산에는 SK와 달리 벌처펀드가 들어와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합병 무산이 회사의 내재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내재가치 하락과 관련해 SK의 경우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합병이 통과돼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경우 국민연금의 반대는 곧 합병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과 함께 벌처펀드와의 경영권 분쟁 대응으로 본연의 경영활동이 어려워져 회사 내재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중장기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하는 연금 입장에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