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무역보험공사에 감사결과 통보

수출 강소(强小)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소·중견기업 수출보험 지원제도 운영에 부실심사, 불량업체 편입 등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정부 감사결과 드러났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산업통상자원부 감사담당관실로부터 받은 '무역보험 운영실태 감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운영 중인 수출보험 지원제도인 '글로벌 성장사다리' 지원 대상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당수 업체가 부당하게 편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보험공사는 2013년 기존 수출보험 지원제도인 트레이드챔프클럽(TCC)을 글로벌 성장사다리로 확대 개편하면서 기존 TCC 업체 99개사를 별도 심사 없이 자동 편입했는데 이 가운데 36개가 일정한 수출실적과 신용등급을 갖춰야 하는 자격요건에 미달했다.

지원대상 심사과정에서 표준·심층심사 절차를 배제하는 등 심사기준을 지나치게 간소화하고 전결권을 하부에 위임함으로써 부실심사를 초래한 것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원 대상 기업 중 다수는 주요 재무지표가 업계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자동 편입된 99개사의 주요 재무비율을 검토한 결과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가 업계 평균 대비 모두 '불량'인 업체가 12개사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외부 전문기관(회계법인 등)을 통한 지원 대상 기업에 대한 정기적인 컨설팅과 평가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신설됐으나 이후 구체적인 추진계획이나 실행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제도 운영지침에서도 허점이 많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경쟁력 평가 항목의 경우 기술 인정서의 유효성을 심사하지 않은 채 단순히 건수 위주의 형식적 평가를 실시하고 방문심사 기준도 미흡해 보험사고 사전 예방기능이 결여된 것으로 지적됐다.

앞서 2010∼2011년 TCC 제도 운영 과정에서도 지원 대상을 선정하면서 정성평가를 증빙자료 없이 단순 설문자료에 의존하고 일부는 평가 점수를 조작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부적절한 운영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산업부는 이 같은 부실한 제도 운영의 책임이 있는 관리자 7명에 대한 주의 조치와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감사 결과를 지난달 무역보험공사에 통보했다.

글로벌 성장사다리는 중소·중견기업을 수출 초보기업·수출 유망기업·글로벌 전문기업 등 성장단계별로 나눠 맞춤형 수출보험과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최장 18년 동안 최대 100억원 범위 내 보증비율 100%인 수출자금보증서 발급, 수출대금 미회수 보상한도 최대 3배 우대, 보험(보증)료 최대 70% 할인, 신용조사 서비스 연간 30건 무료 제공 등의 혜택을 받는다.

현재 지원 대상은 218개사이며 지난해 허위 수출로 논란이 됐던 모뉴엘도 글로벌 성장사다리와 TCC 지원 대상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