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낮은 서민층은 인하혜택 제대로 못 볼 수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림에 따라 역대 최저점에 머무르는 은행권의 예금과 대출 금리도 점차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연 2.00%에서 1.75%로 기준금리를 하향조정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0.25%p를 내렸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1.50%까지 떨어짐에 따라 예금·대출 등에 적용되는 시장 금리도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차) 축소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예금금리 조정을 조만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시장 상황을 보면서 예·적금 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적금 금리에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 인하로 퇴직자 등 이자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사람들의 생활은 한층 팍팍해질 전망이다.

각 은행의 대표적인 예금 상품 금리가 이미 2%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떨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대표 정기예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은 1년 기준으로 연 1.5%,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 정기예금'은 연 1.55%, 우리은행의 '우리유후정기예금'은 연 1.6%, 하나은행의 고단위플러스 금리연동형'은 연 1.6%에 불과하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COFIX)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4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78%로 최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계 부채의 80%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월 이후 내림세가 뚜렷하다.

시중은행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3월 대출금리 3.29%에서 4월 3.10%로 0.19%p나 떨어졌다.

우리은행(2.99%), 하나은행(2.96%), 외환은행(2.95%), 농협은행(2.94%), SC은행(2.90%)은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주택 대출금리 2%대에 진입했다.

안심전환대출 취급 금리가 2.63~2.65%였으니 이번 기준금리 인하 덕택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정부의 안심전환대출 금리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금융소외 계층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낮은 신용도 때문에 시중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층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은 채 고금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4월 일반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는 연 11.73%로 집계돼 은행 가계대출 금리(연 2.96%)의 4배에 육박했다.

저축은행은 신용 대출 금리는 연 20% 중반대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신용대출은 연 3∼5%라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체감 인하율이 크지만 저축은행 고객들에게 그 정도 인하폭은 체감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의 평균 대손율이 10∼15% 정도"라며 "대손율 개선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해서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낮추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김수현 기자 buff27@yna.co.kr,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