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 지분가치 심각하게 훼손"…자산운용사 8곳에 의견서 발송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반발,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신청 등 실력행사에 나선 가운데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삼성물산 합병안에 반대하라고 공식 권고했다.

주총 안건 분석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은 삼성물산의 일반주주 지분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이번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서를 지난 9일 발송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스틴베스트가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발송한 곳은 국내 자산운용사 8곳이다.

이들 운용사 중에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 중인 곳도 포함됐다.

서스틴베스트는 의견서를 통해 "삼성물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이 역사적 최저 수준인 시점에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며 "건설사 PBR이 보통 1배 전후라는 점을 감안해도 합병비율 산정 시점의 삼성물산 평균 PBR(0.68배)은 상당히 저점"이라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제일모직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최적의 상황이지만, 삼성물산 일반 주주의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훼손이 극대화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근시일 내 합병을 해야 하는 시급한 경영환경이나 명백한 경영 시너지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 시점의 합병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물론 자산운용사들이 이 같은 권고 내용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관심이 쏠린 사안에 대해 의안 분석 기관이 공식 의견을 내놓은 만큼 이를 쉽게 무시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엘리엇에,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삼성물산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던 상황이라 국내 '큰 손'들의 입장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서스틴베스트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함께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도 맡고 있지만, 삼성물산에 대한 분석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담당하고 있어 이번 의견서는 국민연금에는 발송되지는 않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도 "국민연금으로부터 지난주 이번 합병안에 대한 분석 의뢰를 받았다"며 "합병 비율이 적합하게 산정됐는지 등을 살펴 7월 초까지는 의견서를 발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라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민연금이 이번 합병 건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스틴베스트는 "현재 주가 수준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 이상으로 형성된 점, 국민연금의 사회적 위상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반대 혹은 기권 행사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엘리엇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임시주총 반대를 위한 의결권(23%)보다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의 한도액을 초과할 수 있는 의결권(16.78%) 확보에 매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