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실력이 안 되면 못 오는 자리죠. 노장 소리 안 들으려고 몸 관리를 철저히 합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장도의 첫 걸음을 내딛는 슈틸리케호의 '최고참' 곽태휘(알 힐랄)가 '조카뻘' 후배까지 들어온 대표팀에서 당당히 실력으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나섰다.

올해 34살이 된 곽태휘는 이번 소집에 함께한 23명의 태극전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대표팀의 막내급인 김진수(호펜하임), 임창우(울산·이상 23)와는 무려 11살 차이다.

말 그대로 삼촌 같은 선배인 셈이다.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만난 곽태휘는 "차두리(35·서울) 선배가 대표팀에서 은퇴해 본의 아니게 최고참 선수가 됐다"며 "어느새 노장 대열에 들었지만 나이 때문에 경기에 못 나선다는 소리를 듣기 싫다.

실력이 안 되면 대표팀에 뽑힐 수 없다.

그런 말 듣지 않으려고 몸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곽태휘이지만 실력만큼은 후배 수비수들에게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신장 185㎝의 장신인 곽태휘는 강력한 헤딩 능력을 앞세워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A매치 43경기 동안 5골을 기록한 곽태휘는 이번 동남아 2연전에 소집된 태극전사 가운데 손흥민(레버쿠젠·10골)과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6골)에 이어 팀 내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2008년 1월 27살의 나이로 '늦깎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곽태휘는 인간 승리로도 유명하다.

남들보다 늦은 고1 때 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곽태휘는 고2 때 경기 도중 볼에 왼쪽 눈을 맞아 망막이 손상돼 대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실상 실명에 가까운 상태다.

한쪽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곽태휘는 역경을 이겨내고 2005년 K리그 무대에 데뷔해 2012년까지 163경기를 뛰면서 17골 6도움이라는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특히 울산 현대에서 뛰던 2011년에는 9골(2도움)을 작성해 웬만한 공격수만큼 득점을 따내기도 했다.

2012년에는 울산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맛보며 최고의 시절을 맛본 곽태휘는 2013년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으로 이적한 뒤 현재 알 힐랄의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첫발을 시작하는 슈틸리케호에 최고참으로 참가한 곽태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가장 연장자일 뿐만 아니라 월드컵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서다.

곽태휘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허정무호'에 합류해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을 희망에 부풀었지만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그해 5월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쳐 허망하게 귀국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일원으로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경험했지만 끝내 출전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이래저래 아쉬움만 남긴 상황에서 곽태휘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도전에 나섰다.

3년 뒤 37살의 '백전노장'이 되지만 곽태휘는 절대 포기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있다.

곽태휘는 "예전에는 노장의 개념이 35∼37세는 돼야 했지만 최근 추세가 젊어지고 있어서 더 오기가 생긴다"며 "고참으로서 내 행동을 후배들이 따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항상 조심하고 있다.

실력이 안 되면 스스로 포기한다는 각오로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샤알람<말레이시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