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한국 증시의 대표지수, 변화가 절실하다
1980년 발표된 코스피(KOSPI)지수는 한국 자본시장 초창기와 성장기의 대표 지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대표 지수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너무 많은 종목(약 760개)으로 구성된 탓에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주요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상장기업 전부를 포함해 우량 기업과 부실 기업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1980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부실 등으로 상장 폐지된 회사는 479개다. 최근에도 동양그룹, STX그룹 등 부실 기업이 나왔다. 반면 글로벌 대표 지수들은 소수 우량 종목으로만 구성돼 있다. 미국 다우(DOW)지수는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약 3000개 기업 중 30개를 엄선해 구성했다. 독일 닥스(DAX)지수도 30개의 소수 대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 경제는 본격적인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 운용의 어려움도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글로벌 대표 지수들의 공통 특징인 수익률의 장기적인 우상향 현상을 주목한다면 주식투자는 자산 운용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보이는 지수에 장기 투자하면 워런 버핏이 강조하는 장기 복리의 ‘스노볼 효과(snowball effect)’로 누적 수익률이 점점 좋아질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및 재정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유럽 국가들의 지수는 위기 당시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최근 아시아 증시에서는 일본에 이어 중국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여전히 박스권(1800~2200)에 갇혀 있다.

주식시장을 떠나는 개인투자자들, 피로감을 느끼는 기관투자가들, 단기 트레이딩에 치중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보고 전문가들에게 그 원인을 지난해 물어봤다. 문제는 전문가일수록 코스피지수 자체의 한계 때문에 박스권을 뚫지 못할 것이라는 상실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 지수 수준이 지금보다 더 높았다면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나아졌을 것이다. 실제 분석 결과 코스피지수는 2001년 521에서 최근까지 4배 정도 오른 데 반해, 작년 말 에프앤가이드가 개발한 ‘KOREA50’ 지수는 약 7배 상승했다. 이 지수로 보면 코스피지수와 달리 2014년에 박스권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주가지수는 기업에는 안정적인 자본 조달 기회를 주고, 투자자에게는 좋은 투자 및 저축 수단을 제공한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서 높은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게 하고, 가계에는 ‘부(富)의 효과’로 꾸준히 가처분 소득을 늘게 할 것이다.

김군호 < 에프앤가이드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