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무리한 과징금 부과…5년간 나랏돈 612억 날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0년 이후 기업에 지급한 환급가산금이 6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급가산금은 과징금 부과 관련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공정위가 기업에 과징금 원금을 돌려주며 ‘이자(연 2.9% 금리 적용)’ 명목으로 함께 주는 돈이다. 환급가산금은 국고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무리하게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국고에 손실을 입히고 있다며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를 정할 때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0년 이후 부과한 과징금과 관련된 행정소송의 결과로 기업들에 총 612억원의 환급가산금을 지급했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삼성생명 한화생명 LG디스플레이 등이 2010년 이후 공정위와의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30억원 이상의 이자를 과징금과 함께 받았다.

공정위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환급가산금을 지급할 때 소송 이후 징수한 과징금을 활용한다. 원칙적으로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환급가산금이 발생하면 국고로 들어가는 돈이 적어진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과도하게 과징금을 부과해 국고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공정위가 “정유사들이 주유소의 원적지(주유소들이 개소 시 계약했던 정유사)를 관리하고 담합했다”며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로부터 총 2548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징수했다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패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과거 지나친 주유소 유치 경쟁으로 손실을 경험한 정유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경쟁을 자제하는 관행이 형성됐을 수 있다”며 정유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에 현재까지 총 313억원의 환급가산금을 국고에서 지급했다.

기업들은 공정위와의 소송에서 이겨 환급가산금을 받아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불법 업체’라는 이미지가 남기 때문이다. 환급가산금을 받은 한 기업의 관계자는 “3~4년간의 소송을 통해 과징금과 이자를 돌려받아도 ‘담합 기업’ 등의 이미지가 남는다”며 “공정위가 위법 사항을 증명할 수도 없으면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금액은 부과 기준 고시에 따라 투명하게 결정된다며 기업에 과도하게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은 위법과 연관된 매출의 10% 이내 범위에서 중대성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며 “공정위의 조사 결과 위법 사항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과징금을 매기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