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순서 1번' 내 아이, 혹시 저신장증?…일단 성장판 검사부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어린이 저신장증
성장·갑상샘 호르몬 부족이 원인…호르몬 주사로 최대 10㎝ '쑥'
성장판 닫혔을 땐 효과 없어…남자 15세, 여자 13세 전 치료해야
한 달 60~100만원 비용 '흠'…2년 이상 지속해야 효과
성장·갑상샘 호르몬 부족이 원인…호르몬 주사로 최대 10㎝ '쑥'
성장판 닫혔을 땐 효과 없어…남자 15세, 여자 13세 전 치료해야
한 달 60~100만원 비용 '흠'…2년 이상 지속해야 효과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성진 씨(47)는 아들의 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은 최근 병원에서 성장판이 닫혀 앞으로 키가 거의 크지 않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아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에서 비교적 큰 편이었는데 160㎝를 넘긴 뒤로는 더 이상 크지 않고 있다. 이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 검사를 받게 했는데, 성장판이 닫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자녀의 키 성장을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부모들의 성장기 때보다 훨씬 평균신장이 높아져서다. 요즘은 큰 키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다. 전문의들은 아이의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성장평가를 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키 성장, 운동·수면 등에 영향
‘키가 1㎝ 클수록 임금이 1.5% 상승한다’는 일명 ‘키 프리미엄’ 이론(논문 ‘한국 노동시장에서의 신장 프리미엄’)이 부모들 사이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몇 년 전 나온 이론이지만 아직도 얘깃거리가 되곤 한다. 그만큼 자녀의 작은 키는 부모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대한소아과학회지(2014년)에 따르면 11세(초등학교 4학년)의 36.2%, 12세의 38.3%가 자신의 키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는 “외모를 많이 따지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자신의 키가 ‘남자 180㎝, 여자 167㎝’라는 나름의 기준에 못 미칠까봐 고민하는 아이가 늘고 있다”며 “작은 키는 자칫 자신감 결여와 교우관계 문제, 학습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키는 유전과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영양·운동·수면 등 생활습관과 환경이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1년간 4㎝ 안 큰 어린이는 성장판 검사를
일반적으로 키 성장이 느려 문제가 되는 ‘저신장증’은 성별과 연령이 같은 100명 가운데 세 번째 이내로 키가 작고, 1년간 성장 속도가 4㎝ 미만에 그치는 경우를 말한다. 저신장증 아이는 보통 반에서 키 순서로 1번을 도맡아 한다. 해가 갈수록 또래와의 키 차이도 점점 벌어진다.
저신장증은 흔히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샘호르몬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갑상샘호르몬이 부족하면 몸무게가 늘고 추위를 많이 타면서 쉽게 피로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이런 경우 갑상샘호르몬을 보충하면 증상이 호전되고 정상적인 키 성장 속도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아이는 얼굴이 인형처럼 둥글고 배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염색체에 이상이 있어도 저신장증이 생길 수 있다. 만성신부전, 선천성 심장병, 염증성 장질환 등이 있어도 2차적으로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
호르몬 치료는 성장판 열린 어린이만
저신장 치료는 우선 성장판이 닫혔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검사 결과 닫힌 것으로 판정되면 성장호르몬 치료는 아무 소용이 없다.
박 교수는 “보통 여자는 만 13세, 남자는 만 15세 이후 성장판이 거의 닫히기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여아는 초경이 시작된 뒤 1~3년 새 성장판이 닫혀 가급적 빨리 성장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고,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가 작을 것으로 예측된다면 되도록 빨리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성년의 최종 키는 성장판 및 호르몬 검사를 통해 성장호르몬 분비 정도와 성장 속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성장효과 있지만 비용은 부담
유 교수는 “잘 먹지 못해 키가 작은 시대는 지났다”며 “오히려 요즘은 영양 과잉으로 소아비만이 늘고 성조숙증 또한 성장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소아비만은 성장호르몬을 불필요한 지방 대사에 소모하게 해 키 성장을 저해한다. 또 성조숙증은 사춘기를 앞당겨 그만큼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한다.
이외에 알레르기 비염, 천식, 불면증, 스트레스 등이 키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키 성장 치료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 대개 2~4년 정도 호르몬주사를 맞으면 성인이 됐을 때 예측되는 키를 6~8㎝, 최대 10㎝ 정도 더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아이를 올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부모는 한 번쯤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아이가 제대로 크고 있는지 성장평가를 해보는 것이 좋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한 지침대로 매일 집에서 잠자기 한두 시간 전에 부모나 본인이 팔·배·엉덩이·허벅지 등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작은 주사기·펜 형태 등 종류도 다양하며 번거롭지 않게 1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제품도 나왔다.
단점은 한 달에 60만~100만원 정도 드는 고가의 비용이다. 이를 2년 이상 지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박 교수는 “자녀의 키가 작다고 해서 모두가 반드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다수 아동은 잘 먹고, 잘 자면서 균형잡힌 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하지만 저신장증에 해당하는 아이에겐 성장호르몬 치료를 권한다”고 말했다.
도움말=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자녀의 키 성장을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부모들의 성장기 때보다 훨씬 평균신장이 높아져서다. 요즘은 큰 키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다. 전문의들은 아이의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성장평가를 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키 성장, 운동·수면 등에 영향
‘키가 1㎝ 클수록 임금이 1.5% 상승한다’는 일명 ‘키 프리미엄’ 이론(논문 ‘한국 노동시장에서의 신장 프리미엄’)이 부모들 사이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몇 년 전 나온 이론이지만 아직도 얘깃거리가 되곤 한다. 그만큼 자녀의 작은 키는 부모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대한소아과학회지(2014년)에 따르면 11세(초등학교 4학년)의 36.2%, 12세의 38.3%가 자신의 키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는 “외모를 많이 따지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자신의 키가 ‘남자 180㎝, 여자 167㎝’라는 나름의 기준에 못 미칠까봐 고민하는 아이가 늘고 있다”며 “작은 키는 자칫 자신감 결여와 교우관계 문제, 학습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키는 유전과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영양·운동·수면 등 생활습관과 환경이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1년간 4㎝ 안 큰 어린이는 성장판 검사를
일반적으로 키 성장이 느려 문제가 되는 ‘저신장증’은 성별과 연령이 같은 100명 가운데 세 번째 이내로 키가 작고, 1년간 성장 속도가 4㎝ 미만에 그치는 경우를 말한다. 저신장증 아이는 보통 반에서 키 순서로 1번을 도맡아 한다. 해가 갈수록 또래와의 키 차이도 점점 벌어진다.
저신장증은 흔히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샘호르몬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갑상샘호르몬이 부족하면 몸무게가 늘고 추위를 많이 타면서 쉽게 피로한 증상이 나타난다”며 “이런 경우 갑상샘호르몬을 보충하면 증상이 호전되고 정상적인 키 성장 속도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아이는 얼굴이 인형처럼 둥글고 배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염색체에 이상이 있어도 저신장증이 생길 수 있다. 만성신부전, 선천성 심장병, 염증성 장질환 등이 있어도 2차적으로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
호르몬 치료는 성장판 열린 어린이만
저신장 치료는 우선 성장판이 닫혔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검사 결과 닫힌 것으로 판정되면 성장호르몬 치료는 아무 소용이 없다.
박 교수는 “보통 여자는 만 13세, 남자는 만 15세 이후 성장판이 거의 닫히기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여아는 초경이 시작된 뒤 1~3년 새 성장판이 닫혀 가급적 빨리 성장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고,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가 작을 것으로 예측된다면 되도록 빨리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성년의 최종 키는 성장판 및 호르몬 검사를 통해 성장호르몬 분비 정도와 성장 속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성장효과 있지만 비용은 부담
유 교수는 “잘 먹지 못해 키가 작은 시대는 지났다”며 “오히려 요즘은 영양 과잉으로 소아비만이 늘고 성조숙증 또한 성장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소아비만은 성장호르몬을 불필요한 지방 대사에 소모하게 해 키 성장을 저해한다. 또 성조숙증은 사춘기를 앞당겨 그만큼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한다.
이외에 알레르기 비염, 천식, 불면증, 스트레스 등이 키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키 성장 치료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 대개 2~4년 정도 호르몬주사를 맞으면 성인이 됐을 때 예측되는 키를 6~8㎝, 최대 10㎝ 정도 더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아이를 올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부모는 한 번쯤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아이가 제대로 크고 있는지 성장평가를 해보는 것이 좋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한 지침대로 매일 집에서 잠자기 한두 시간 전에 부모나 본인이 팔·배·엉덩이·허벅지 등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작은 주사기·펜 형태 등 종류도 다양하며 번거롭지 않게 1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제품도 나왔다.
단점은 한 달에 60만~100만원 정도 드는 고가의 비용이다. 이를 2년 이상 지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박 교수는 “자녀의 키가 작다고 해서 모두가 반드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다수 아동은 잘 먹고, 잘 자면서 균형잡힌 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하지만 저신장증에 해당하는 아이에겐 성장호르몬 치료를 권한다”고 말했다.
도움말=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