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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z칼럼] '창업 성공의 사다리' 벤더를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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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창업 1년 생존율 50% 미만
    제품의 질보다 유통을 모르는 탓
    양질의 벤더 통해 창업매력 돋워야"

    이전영 <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
    [biz칼럼] '창업 성공의 사다리' 벤더를 육성해야
    보통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9988’로 표현하곤 한다. 한국에 있는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중에서 90% 이상은 상시근로자 10명 미만인 소상공인으로 흔히 말하는 자영업자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1년 생존율은 대표자가 40대인 경우 62%이며, 30대 미만일 경우 48% 정도다. 1년도 안 돼 절반가량이 망한다는 얘기다.

    실패의 이유로는 자금부족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제품 또는 서비스의 유통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탓이 크다. 사업 아이템이 좋기만 하면 당장 주문이 쇄도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업 아이템을 누구와 의논하고, 마케팅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다 보면 질 나쁜 ‘아이템 사냥꾼’에 걸려들어 빚만 떠안게 될 수 있다.

    아이템 사냥꾼은 될 만한 상품을 싼 가격에 사들인 뒤 비싼 가격에 되팔아 이익을 챙긴다. 시간이 지나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면 소셜커머스나 덤핑시장에 헐값에 넘겨버린다. 이렇게 되면 그 물건은 더 이상 제값 받고 팔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사업자는 상품에 대한 모든 권리를 아이템 사냥꾼에 넘겨버린 상태라 덤핑판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좋은 벤더사(社)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벤더사는 소규모 제조사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중간 유통자’를 말한다. 아이템 사냥꾼과 달리 소규모 제조사를 만나 상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해서 통과된 아이템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유통사에 연결해 준다. 대기업 유통사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상품기획자(MD)를 거쳐야 하는데 이 MD들은 벤더사를 통해 제품을 추천받는다. 이렇듯 유통과정에서 벤더사의 역할은 매우 크다. 예전에 장마당의 물건을 연결했던 보부상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벤더사는 ‘단순 브로커’란 오명을 벗을 수 없었다. 수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 벤더사 행세를 하는 아이템 사냥꾼들 탓에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젠 양질의 벤더사와 제조사들의 모임을 조직화하고, 지원해야 자영업의 초석인 소규모 제조사들이 국내 경제의 초석으로 클 수 있을 것이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은 이들 소규모 제조사를 위한 만남의 장인 유통융합센터를 열고, 벤더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분산된 벤더사들의 모임을 합치고, 전문 벤더인 양성을 위한 세미나, 교류회를 여는 등 제조사·벤더사의 만남과 거래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유통융합센터의 도움으로 소규모 제조사들이 벤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더라도 사업의 성공확률은 5% 미만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새 상품이 100개 나왔다면 그 중 5개만 빛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단순 유통경로만을 확보했을 때 성공확률이 2% 정도인 데 비해 벤더사를 통하면 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업자 개인에게 5%는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넓게 보면 제조사 1만개 중 500개, 10만개 중 5000개의 창업인을 살리는 길이다. 더불어 이 5%의 확률은 양질의 벤더사들이 많아질 때 더 높은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가야 할 길은 멀다. 먼지 쌓인 길을 쓸고 박힌 돌을 빼내며 나아가다 보니 더디게만 여겨지고 괜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더 좋은 벤더사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전영 <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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