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가계부'는 성역?…"세수 차질에도 수정 없다"
정부가 오는 13일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가계부를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년간 공약가계부 곳곳에서 구멍이 나고 있지만 정부는 1년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버티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7일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공약가계부 보완 과제는 논의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세입과 세출 모두 계획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큰 그림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발표된 공약가계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원칙으로 설계됐다. 박 대통령의 공약을 구현하는 데 5년간 필요한 총 134조8000억원을 국세 및 세외수입 확충(50조7000억원)과 세출 구조조정(84조1000억원)을 통해 마련한다는 게 핵심이다. 국세는 비과세·감면 정비(18조원), 지하경제 양성화(27조2000억원) 등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기재부 세제실과 국세청은 각각 비과세 감면 계획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국세 수입은 이런 해명을 무색하게 한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05조5000억원으로 2012년(203조원)과 비교할 때 2조5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약가계부 계획대로라면 최소한 국세 수입은 2013년 2조9000억원, 2014년 7조6000억원 등 10조5000억원 늘었어야 했다. 올해도 연말정산 보완대책 마련(4500억원 안팎) 등으로 비과세 감면 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어 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까지 14조원 절감하기로 했던 세출 구조조정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예산안을 확장적으로 편성한 데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으로 기형적으로 늘었던 사회간접자본(SOC)을 대폭 줄일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늘고 있다. 예산실은 공약가계부의 세출 구조조정을 증명할 숫자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공약가계부의 허구를 고백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 달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약가계부는 더 이상 지킬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년 전 발표 당시엔 공약가계부를 매년 경제·재정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한 연동계획(rolling plan)으로 수립해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인 보완을 위해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