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4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연말정산 보완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소위는 기존 정부안과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의 개정안에 근로소득 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63만원에서 66만원으로 올리는 혜택을 추가했다. 이로써 올초 불거져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회발 연말정산 대란’은 일단락됐지만 국회의 세 차례에 걸친 수정요구로 소득세법은 누더기가 됐고 면세자 비중도 급등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개악하는 국회] 여야, 석달간 세차례 수정…조세원칙 무시한 연말정산제도
지난 1월17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느닷없이 “연말정산이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라 ‘13월의 세금폭탄’이 됐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 발표와 달리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야당이 지적한 연말정산 관련 세법은 2013년 야당도 적극 참여해 정치권에서 합의한 법안이었다.

논란이 된 2013년 세법개정안은 연봉 7000만원 이상 고소득 근로자의 과도한 공제 혜택을 줄이는 대신 저소득층의 공제 혜택을 늘리기 위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근로소득공제율이 일부 조정됐고 출산·입양공제가 사라진 대신 자녀세액공제가 신설됐다.

정치권은 확인되지 않은 저소득 근로자 세금폭탄론을 앞세워 땜질식 수정을 가했다. 정치권의 요구로 출산·입양공제 부활, 자녀세액공제 확대, 연금세액공제율 인상(12%→15%) 등이 추가됐다.

정치권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엔 1인 가구 세부담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양가족이 없는 근로자는 공제받을 항목이 없어 세금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무작정 세금 감면을 요구하면서 정부의 4월7일 연말정산 보완대책에 표준세액공제 인상(12만원→13만원), 근로소득세액공제 최대 8만원 확대 등이 추가됐다.

두 차례에 걸친 정치권의 요구로 세법이 수정되면서 면세자 비율은 전체 근로소득자의 31%(2014년)에서 48%로 치솟았다. 근로자의 절반이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됐지만 국회는 4일 기획재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연봉 5500만~7000만원 구간 근로자의 세부담 경감을 위해 ‘근로소득세액공제 3만원 인상’(새정치연합) 안을 추가하는 데 합의했다.

한 세무사는 “세법에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대원칙이 있는데 국회가 개입해 원칙 없이 법을 바꾸면서 혼란만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